임대차법 2년 후폭풍…임대차 계약 분쟁 손배 신청 최다

상반기 309건, 2017년의 6배

8월 전후로 임대차 분쟁 더 증가할듯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4억원에 전세를 살고 있던 A씨는 지난해 7월 집주인에게 2년 계약 연장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지만 집주인은 아버지 등 가족이 직접 거주할 예정이라고 거부 의사를 밝혀 같은 해 9월 계약을 종료하고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집주인은 가족이 아닌 새로운 세입자와 8억9000만원에 계약을 해 실거주 사유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현재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손해배상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간 손해배상 관련 분쟁이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해석과 적용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오히려 전·월세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오는 8월 법 시행 2년을 기점으로 이 같은 분쟁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올해 1~6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손해배상 관련 분쟁은 309건으로 상반기 집계만으로 2020년(116건), 2021년(278건)을 이미 넘어섰다. 임대차2법이 시행되지 않았던 2017년(53건)보다는 6배 가까이 늘었다.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 임대인 측이 거절하는 주된 사유로 거론되는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실거주 사유’다. 하지만 실거주 사유로 갱신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거나 비워두고 매각하는 경우 등이 향후 발각돼 세입자가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청구권 행사가 거절돼 이사를 나갔는데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재임대하거나 임대기간 중 동의 없이 매각했을 경우 세입자가 이사비 등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주기가 돌아오는 올해 8월을 전후로 손해배상 관련 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대차2법이 시행된 2020년 8월 이후 임대차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총 307건으로 2019년(49건), 2020년(154건)과 비교해 각각 6배,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임대차2법이 시행되기 전 월평균 3건에 불과했던 관련 분쟁 접수는 임대차2법이 본격 시행된 2020년 8월 이후 월평균 22건으로 폭증했다. 올 6월까지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132건이 접수됐는데 8월을 전후로 관련 분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임대차법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급증한 것이다.

주택 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주택·보증금 반환 분쟁 건수는 296건에 달한다. 2020년 905건, 2021년 683건 등으로 주택·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고질적 갈등 사례다. 전문가들은 보증금을 반환을 둘러싼 갈등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년 전 계약갱신권을 요구한 가구들의 계약이 만료돼 상당수 가구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예림 변호사는 "세입자를 새로 들여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거래 침체로 세입자를 못 구하거나 전세가격 하락으로 이전 보증금을 충당 하지 못하는 경우 이런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전체 주택임대차 분쟁 건수도 지난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2법이 본격 시행된 2020년 분쟁조정 전체 신청 건수는 1536건에서 2021년 1635건으로 소폭 늘었다. 올 상반기에 이미 전체 접수건수가 924건이라는 점, 8월을 기점으로 관련 분쟁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올해 임대차분쟁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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