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요즘 상담예능은 '오은영' 이름 석 자로 통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로 대중에게 친숙한 오은영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최근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상담 예능'의 열풍을 이끌고 있다.
오 박사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채널A '요즘 육아-금쪽 같은 내새끼'에서 어린이와 그들의 부모를 만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도, 부모도 모두 '금쪽이'다. 오 박사는 등교를 거부하며 떼쓰는 아이를 질책하지 않고, 그 미숙함을 이해하며 보듬어준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받은 경험이 없어 아이에 대한 사랑 또한 미숙한 부모에게는 "괜찮다"며 등을 쓸어내린다. 자녀가 없는 20·30세대에게도 오은영표 육아 예능이 인기인 이유다.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던 오 박사는 이제 어린이를 넘어 전 연령층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는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몸만 자라버린 '어른 금쪽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부부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12일 첫 방송을 앞둔 KBS 2TV '오케이? 오케이!'에서는 전국 방방곡곡 사연자를 찾아가 고민을 상담하고, 위로를 전하는 형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출장 상담쇼'인 셈이다.
오 박사는 최근 방송 출연이 잦은 이유에 대해 "병원, 연구소에 찾아오는 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을 해왔지만, 모두가 위기라는 이 시기에 나의 힘을 한 방울 보태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11일 '오케이? 오케이!' 제작발표회에서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방송을 많이 하면서 아이, 부모, 성인, 부부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패널들이 진심을 다해 경청하는 모습을 경험했지만 아쉬운 점이 조금 있었다"면서 "시간, 경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찾아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직접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오은영표 예능'의 흥행을 '상담 예능 열풍'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정신의학 상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바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스럽게 '착한 예능', '힐링 예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오 박사 외에도 채널A 예능 '애로부부'에 출연 중인 양재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MBC에브리원 '장미의 전쟁' MC로 발탁된 양재웅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등 각종 예능가에서 활약 중인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여럿이다.
다만 오 박사와 같은 전문가의 인기와 능력에 편승해 우후죽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욱 동물훈련사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 등에 출연해 솔루션을 제공했고,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표창원 프로파일러 등은 범죄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다. 또 백종원 요리연구가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모은 이후 tvN '집밥 백선생'·'백패커', SBS '백종원의 3대천왕'·'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최근 오 박사의 이름을 내건 상담 예능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오 박사가 '상담계의 백종원'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이끄는 예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이 TV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회의 잘못된 관습이나 편견이 개선된 점도 많다는 것이다. 오 박사는 어린이를 존중하며 양육하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바이블을 제공했고, 강 훈련사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린 동시에 반려동물 문화를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범죄심리학 전문가들 또한 자극적인 범죄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예방책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상담예능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 박사를 필두로 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메인스트림(주류)이 됐다"며 "오 박사가 (상담예능) 흥행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관찰예능의 리스크를 전문가들의 상담력, 지식 등 전문성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부나 가족 간의 이야기 등 타인의 사생활에서 갈등 요소를 들여다보는 리얼리티, 관찰예능이 많아졌다"며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관찰 대상을 누구의 시선으로 관찰하느냐', '관찰한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정보를 줄 것이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V에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들이 탁월한 방송능력을 바탕으로 '방송인화'돼가고 있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오 박사, 백 연구가, 강 훈련사 등은 전문성도 갖고 있지만 일단 방송을 굉장히 잘하는 분들"이라며 "여러 능력치를 두루 가지고 있다보니 방송가에서 계속 찾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