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티’ 남성들이 도로 한가운데 우르르 몰려나온 까닭?

울주군청 볼링팀, 음주차량 막아세운 뒤 경찰에 신고

울주군청 볼링팀 선수들이 지난 7일 충남 천안시의 한 도로로 몰려나와 차를 세우고 있다. [이미지출처=울주군]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레인을 떠난 볼링 선수들이 시내 도로 한가운데로 우르르 뛰쳐 나온 까닭은?

지난 7일 오후 8시 충남 천안시 성정동에서 검정 구두에 빨간 티셔츠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남성 5명이 도로로 달려나와 차량 한 대를 가로막았다. 조금 전까지 볼링공 홈에 끼웠던 손가락은 차 문과 보닛에 마주 대고 힘주고 있었다.

이 남성들은 울산시 울주군청 볼링팀 선수들이었다. 음주운전 차량을 발견한 선수들이 더 큰 사고를 예방하고자 필사적으로 차의 진행을 저지한 일이 뒤늦게 미담으로 퍼졌다.

11일 울주군에 따르면 전국실업볼링대회 출전을 위해 충남 천안시를 찾은 울주군청 볼링팀은 당시 경기 후 숙소로 귀가하던 중 천안 성정동 한 도로에서 수상한 차량을 목격했다.

선수단은 이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차량에 다가가 내부를 확인하니 운전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선수단은 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멈춰 세운 뒤 열려있던 운전석 창문을 통해 문을 열고, 운전자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한 것을 확인한 선수단은 그제서야 숙소로 복귀했다.

한 목격자는 “퇴근길 복잡한 도로에서 어느 누구도 다가서려 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그 선수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차의 이동을 멈추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었다”며 “음주운전 차량을 멈춰 세우지 않았더라면 운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에도 큰 피해가 있었을 게 틀림없다”고 칭찬했다.

2002년 창단한 울주군청볼링선수단은 조성룡 감독을 비롯한 강희원, 노민석, 박경록, 오진원, 장동철, 황동욱 선수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소속 선수 3명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기량을 뽐내며, 해마다 개최되는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 볼링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날 아찔했던 운전을 보고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었던 ‘영웅’들이 바로 이 팀이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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