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인턴기자
[아시아경제 김나연 인턴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숨지면서 요인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야마가미 데쓰야(41)가 7~8m 떨어진 거리에서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아베 전 총리 피습 사망 사건 이후 최소한의 안전 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유세 현장 상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피격 당한 곳은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다.
그가 서 있던 30㎝ 높이 간이 연설대는 보도와 차도 사이에 위치했고, 낮은 가드레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사실상 유세장 앞 뒤가 뚫려있던 셈이다. 요인 경호 전문가인 전직 경찰 간부는 "왜 뒤가 열려 있는 곳을 유세장으로 선택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는 나라현 경찰관과 요인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의 'SP(Security Police)' 요원도 있었다.
나라현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할 것을 경찰이 파악한 것은 어제(7일) 저녁이었다"며 "돌발적인 경호지만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며 경비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 구체적인 경비 인력 상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SP 1명과 나라현 경찰의 사복 경찰관 등 수십 명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 병력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사방을 지키고 있었으며 야마가미가 총을 쏜 아베 뒤편에도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범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아베 전 총리 뒤쪽으로 십 여 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연설을 듣다가 천천히 다가간 뒤 7, 8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총격을 가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야마가미가 아베 뒤에서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이 찍혀있지만, 총성이 울릴 때까지 경찰관이 제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야마가미는 첫 발을 쏜 뒤 더 다가가서 한 발을 더 쏜 후에야 제압됐다.
야마가미가 첫 발을 쏜 상황에서도 아베 전 총리 뒤쪽에 서 있던 검은 정장차림 남성들은 몸을 움츠린 채 멀뚱히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볼 뿐 적극 방어하지 못했다. 총성이 한 차례 더 울리고 아베 전 총리가 자리에 쓰러진 뒤에야 용의자를 제압했다.
낯선 이가 접근할 때 제지하거나 적어도 첫 폭발음이 울렸을 때 경호원들이 매뉴얼대로 아베 전 총리를 주변으로 달려와 '인의 장막'을 쳤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시청에 근무한 한 전직 경찰관은 "당시 영상을 보면 사건 전에 용의자가 가방을 멘 채 주위를 서성이거나 아베 전 총리에게 곧바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의심스러운 인물을 현장에서 떨어지게 한 뒤 질문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이 원칙인데 경비에 허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경비 관계자는 선거 유세에는 유권자가 많이 모이고 후보자가 유권자들과 가능한 한 많이 접촉하려고 해 경비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선거 유세의 특성 탓에 완벽한 경호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시청 간부는 요미우리에 "경찰은 후보자에게 군중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반면, 후보자들은 유권자와 가능한 많이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경비에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야마가미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진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과다 출혈로 같은 날 오후 5시3분에 숨을 거뒀다.
요인 경호 전문가인 전직 경찰 간부는 "왜 뒤가 열려 있는 곳을 유세장으로 선택했는가. 범인이 주위 360도에서 노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또 경찰관이 용의자에게 질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완전히 경찰의 실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유세 경비에 구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마가미가 경찰관의 제지 없이 아베 전 총리 배후 7~8m까지 접근해 발포했다며 현장 경비 체제나 신변 경호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사건 당시 경비 태세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김나연 인턴기자 letter9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