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자금 유치를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KB자산운용은 운용 보수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KB온국민’ TDF 시리즈의 운용 수수료를 기존 대비 10%씩 낮췄다. 인하 후 총 보수는 연 0.36~0.61%다.
TDF의 운용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보수가 낮고 사고 팔기가 편한 ETF에 담은 TDF ETF도 줄줄이 출시됐다. 삼성, 키움,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TDF ETF 10종을 동시에 상장했다. TDF는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 등을 편입해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재간접펀드이기 때문에 환매에 10영업일 정도 걸리는데, TDF ETF는 ETF처럼 주식시장에서 사고팔기 편해 즉각 거래가 가능하다. 펀드 판매사(증권사 등)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TDF 설정액은 9조66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8조6748억원에서 6개월 여간 1조원이 더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설정액이 전년 대비 3조6410억원 늘었다는 점에서 올해 10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TDF는 펀드 중 하나로 이름에 ‘2020, 2055’ 등 은퇴 시점이 붙어 있는 펀드다. 5년 단위로 붙어 있는 이 숫자가 작을수록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운용된다.
올 들어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증권과 채권 시장이 급락한 여파가 TDF에도 닥치면서 최근 6개월 간 수익률은 은퇴 시점에 관계 없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자금이 계속 늘어나는 등 연금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TDF 규모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은 삼성자산운용 연금WM마케팅3팀장은 "원금보장형 상품의 낮은 수익률과 노후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TDF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라며 "동학개미운동 등에 따라 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젊은 층을 중심으로 TDF 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면 TDF의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호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 팀장은 "미국의 사례를 보면 401K의 DC가입자의 87%가 TDF를 통해 연금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의 핵심상품이 TDF라는 점에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한 변동성 관리로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유효한 투자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TDF
TDF는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의 약자로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젊은 시절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돕고, 반대로 은퇴 시점에 가까워지면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