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숙원사업비’를 개인 사유지 농로 포장에 쓴 함양군 … “군의원 재량이라 들어줘야”, ‘선심성’ 논란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현장.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경남 함양군의회가 주민 숙원사업을 내세워 군 예산으로 개인 사유지에 콘크리트와 아스콘 포장을 하도록 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개인 땅을 포장하는 데 들어간 예산이 주민 숙원사업비로 드러나 함양군과 함양군의회가 혈세를 사유화 해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경남 함양군에 따르면 모 함양군의원의 요청으로 지난 4월 경남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한 사유지에 3300여만원의 군 예산을 들여 전석쌓기와 콘크리트, 아스콘 덧씌우기 포장을 했다.

개인 소유의 농로를 포장하는 데 투입된 예산이 군의원 주민 숙원사업비여서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사에 세금을 썼다는 의혹과 특혜 시비가 일면서 진상규명이 불가피해졌다.

군의원에 ‘할당’되는 주민 숙원사업비는 공식적인 예산 항목에는 없지만 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해 의회와의 원만한 협조 관계 유지를 위해 암묵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일종의 편법적인 재량 사업비다.

일부 군의원들은 이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으로 여기고 사업지역과 사업내역, 예산 규모 선정은 물론 사업 업체 선정까지도 수의계약을 하도록 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업체에 공사 발주를 하는 등 공공연하게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함양군은 올해 본예산과 추경예산 합쳐 군의원 10명에게 1명당 2억원으로 총 2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에 군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마을 앞길 포장 ▲오지 개발사업 ▲관정 개발 ▲농로 포장 등 민원 해소와 지역주민 편의 사업에 예산을 사용한다.

주민 A 씨는 "군민의 혈세로 군의원들이 지역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군의원 포괄사업비로 일부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거나 재산가치를 올려주기 위해 개인 사유지 땅을 포장해준 것은 선거용 특혜라는 의혹을 벗어나길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군의원의 주민 숙원사업비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따져 사용되야 하고 우선 순위를 철저하게 지키고 또 다른 민원 발생 여부 등을 살피며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정인의 사익 추구에 군민 혈세가 사용되는 것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군의원이 군민 세금을 자신의 선거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군의원에게 주민 숙원사업비가 책정돼 있다는 것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수 주민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특혜 여부를 가려내 부적절하게 예산 집행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조처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민원 해소 차원에서 군의원의 주민 숙원사업으로 공사를 했을 뿐 특혜는 아니다"며 "군의원의 민원 해소 요청을 받고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 민원에 따라 공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민 숙원사업비를 배정한 모 군의원은 "마을 이장님이 마을 농로 정비사업을 신청해 사업비를 배정했을 뿐"이라며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tkv012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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