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기자
[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다음 달 4일부터 1년간 시행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짓으로 서류를 만들어,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의 진단 등 여러 제도적 보완을 통해 정책의 허점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15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근로자의 감염예방과 적시 치료 등을 위해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다음 달 초부터 시행한다"면서 "서울 종로 등 6개 시범 지역에서 지원 대상자에게 근로 활동이 어려운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병수당이란 근로자가 코로나19 등 질병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어려워질 경우, 치료 및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소득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지원 대상자에게 근로활동이 어려운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한다.
시범 지역은 서울 종로구를 비롯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경남 창원, 경북 포항, 전남 순천 등 6개 지역으로 선정됐고 이를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모형을 적용해 모형별 소요 재정, 효과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상병수당 출범에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무 격리자가 늘면서, 사회적으로 아프면 쉴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아파도 유급병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잖아 본인의 휴가를 사용하거나, 참고 근로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국 493개 대·중소 민간기업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유급병가를 명시한 곳은 7.3%에 불과했다.
또한 한국에서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 비율(23.5%)은 아파서 쉰 경험 있다고 답한 비율(9.9%)의 2.37배였다. 해당 수치는 여타 유럽 국가들 평균(0.81배)의 3배 수준이다.
상병수당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뿐이며 그마저도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무급병가를 보장하고 있고 스위스와 이스라엘은 노동자가 기업 재원으로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상병수당 도입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26)는 "자영업자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은 병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병수당으로 이러한 난점이 보완될 것이라고 본다"며 "코로나19 이전이었으면 거부감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것 같지만 요즘은 격리 의무로 오히려 (상병수당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40대 이모씨는 "지금 (상병수당을) 도입하는 것도 늦었다고 보지만 환영할 일"이라며 "앞으로는 복지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도적 허점을 노려 악용 사례가 나올 것을 예상하는 시민도 있었다. 대학생 A씨는 "당연히 꾀병 등 상병수당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것 같다. 다양한 방법으로 부정 수급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응 기준이 정확히 마련되지 않으면 사회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선 우선 질병 관련 진단서 발급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병수당 관련해서) 의료기관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면 인정해주고 최저임금의 몇 퍼센트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의사랑 짜고 허위 진단을 발급받았다, 이런 사례가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의료자문 등을 통해서 그런 허점들을 포착하고 객관적인 의료기관에서 재진단을 받게끔 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3년간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그중 1단계로, 정부는 1단계 사업 3가지 모형의 장단점과 효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차기 시범 사업안을 구상한다. 이러한 3년간의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전국 대상 상병수당 제도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강우석 기자 beedoll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