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기자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최근 방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분노 표출형 방화 범죄가 늘면서 관련 연구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는 용의자 A씨의 방화에서 시작됐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빌딩 2층 한 변호사 사무실에 고의로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사무실 안에 있던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 A씨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또한 같은 건물에 있던 입주자, 의뢰인 등 50여명이 다쳤다.
당시 건물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흰 천으로 감싸 안고 2층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 감식 결과 이 물질은 휘발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식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과 화재 현장에 흩어져 있는 연소 잔류물을 분석한 결과다. 또 등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것으로 알려진 날 길이 11㎝가량의 흉기도 발견됐다.
사망자 7명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모두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된다. 11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자 7명에 대한 부검을 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사망자 중 2명은 흉기 손상이 있으나 이는 직접적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었다.
3월 발생한 경기 안양 삼막사 종무소의 화재 원인도 방화로 최근 결론 났다. 지난 10일 SBS에 따르면 그간 방화 가능성을 놓고 화재 원인을 조사해온 경찰은 주지스님 B씨가 불을 낸 것으로 결론 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B씨가 자신 소유의 차량을 향해 컵에 담긴 유류 물질을 여러 차례 뿌리는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담겼다는 설명이다. 당시 이 불이 종무소까지 번지면서 사찰 관리인 등 2명이 다쳤고 종무소 건물이 모두 탔다. B씨는 이번 화재로 숨졌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연속으로 불을 내 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30대는 구속송치됐다. 그는 지난 4월14일 오후 11시5분쯤 영등포구 신길동 2층 상가 건물에 불을 내고 다음날 오전 3시23분쯤 영등포동 4층 상가 건물에도 불을 질러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방화 범죄는 불특정 다수에게도 피해를 주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특징을 지닌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확장을 위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 4월 발행한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발생한 방화 범죄는 25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4분기(270건)에 비해 7.4% 감소한 수치다. 다만 2020년 4분기 방화 범죄의 발생 건수가 2019년(322건) 대비 16.1% 감소한 것에 비해 감소 폭이 작아졌으며 여전히 방화 범죄는 매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발적 동기에 따른 방화 범죄가 늘면서 우려가 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방화범죄 1196건 가운데 우발적 방화에 의한 사례가 51건으로 43.3%에 달했다. 2016년(35.8%)에 비해 우발적 방화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건물에 불을 지르는 방화 범죄도 늘었다. 타인을 대상으로 한 방화 범죄 비율은 2016년 36.25%에서 2020년 38.63%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문제가 응당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는 분노 범죄가 일어나는데 특히 한국은 총기 대신 방화를 통한 범죄가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분노 표출형 방화 범죄는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큰 만큼 더 면밀한 제도 마련과 더불어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