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가고 소금빵 시대 왔다? 요즘 애들의 디저트

요즘 '빵지순례' 길엔 버터와 소금으로 맛 낸 '소금빵' 맛집 필수
소금빵 사이 팥소+버터 넣거나 빵 위에 초코·치즈 얹기도
마카롱·도넛도 다양한 필링으로 '한국형 디저트' 완성

최근 젊은층에서 버터와 소금으로 맛을 낸 소금빵이 인기다./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빵지순례'(빵+성지순례의 합성어, 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다는 일)를 다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사이에서 '소금빵'이 인기다. 크로와상 모양이지만 속은 버터로 맛을 내고 겉면에 소금을 톡톡 뿌려 바삭하게 구운 게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소금빵 사이에 내용물을 추가하거나 초코, 치즈 등을 얹어 '한국식 디저트'로 재탄생했다.

전국 각지로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소금빵 맛집'을 찾는 게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소금빵은 고소한 버터와 짭짤한 소금으로 맛을 낸 빵으로, 짧고 통통한 번데기 모양이다. 소금으로 맛을 냈다는 점이 이색적인데, 버터향이 강한 속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 식감으로 중독성을 더했다.

소금빵의 인기는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며 디저트 시장의 유행을 주도하는 2030세대 젊은 여성들 덕이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소금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게시물은 10만건에 이른다.

소금빵은 일본이 원조다. 일본 에히메현에 위치한 작은 빵집 '팡 메종'의 사장 히라타 미토시는 유독 더운 이 지역의 여름 날씨에도 잘 팔릴 수 있는 빵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아들에게 '프랑스에서 소금 뿌린 빵이 유행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후 고민 끝에 입맛을 돋울 수 소금으로 맛을 낸 '시오빵'(소금빵의 일본말)을 개발했다.

히라타 사장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 부드러운 식감을 고안하는 데 집중했고, 버터 양을 확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보통 빵에 들어가는 버터는 빵 중량의 10% 정도지만, 소금빵에서 버터 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많은 양의 버터가 반죽 안에서 녹으면서 공기층이 형성돼 식감은 쫄깃해졌고, 빵 겉에도 버터가 녹아 바삭해지게 됐다. 여기에 암염을 빵 위에 뿌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빵맛을 살렸다.

크로플은 크로와상 반죽을 굽는 게 아닌 와플 기계에 눌러 먹는 발상의 전환으로 '겉바속촉'의 매력을 살렸다. 사진=픽사베이

◆ 마카롱, 크로플, 베이글, 도넛…MZ세대 개성으로 재탄생한 디저트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소금빵 사이에 팥소와 버터를 넣어 만들거나 초코·치즈 등을 얹은 소금빵도 등장했다. 아예 오징어 먹물로 색을 입혀 독특함을 더한 소금빵도 있다. 개성이 두드러지는 K-디저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디저트 시장에서 먼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마카롱, 크로플(크로와상+와플), 베이글, 도넛 등도 모두 '한국형 디저트'의 특색을 더해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마카롱은 '꼬끄'(coque·마카롱의 겉면) 사이에 필링을 2~3배 늘린 형태의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으로 2030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흑임자·인절미 등 한국의 맛 살린 마카롱부터 아이스크림 돼지바처럼 크런치와 딸기잼을 활용하거나 시판 과자 뽀또를 통째로 넣은 황치즈맛 마카롱까지 맛과 형태의 확장성을 더했다. 크로플 역시 크로와상 반죽을 굽는 게 아닌 와플 기계에 눌러 먹는 발상의 전환으로 '겉바속촉'의 매력을 살렸다.

'줄서서 먹는 디저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도넛도 빵순이·빵돌이들을 '빵지순례' 길로 이끌었다. 유명 도넛 브랜드인 '노티드'는 도넛 속 클래식 바닐라맛, 우유, 얼그레이, 레몬슈가, 카야 버터 등 다양한 필링을 가득 넣은 게 특징이다. SNS를 타고 '도넛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웨이팅(구매 대기)은 물론 '오픈런'(매장 개장 시간에 맞춰 구매하는 것)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는 MZ세대의 디저트 소비 문화에 대해 '경험 소비'에서 오는 작은 성취감이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빵지순례 같은 경우 MZ세대에게는 먹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보물 찾기'와 같은 게임으로 인식된다"며 "줄을 서서 맛집을 찾고, 오픈런을 하는 것도 '내가 이걸 먹기 위해 어느 지역을 찾아서 무엇을 했다'는 만족감이 주는 경험 소비의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MZ세대가 주로 찾는 디저트를 보면 추가 혹은 변형을 더하거나 독특한 콜라보로 시각적 매력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SNS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선 평범한 음식보다는 색이나 형태 등이 화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흑임자, 인절미 맛 등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디저트 같은 경우에는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하지만 MZ세대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고, 또 건강식을 찾는 MZ세대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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