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을 현행 10도에서 5도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편의점주·영세자영업들은 ‘냉장고 문 달기’ 사업을 통해 식품 변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비용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2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 10도 기준에서 식품 변질로 인해 사고가 많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사전 예방적인 조치라는 것을 내세워 무리한 도입을 하면 피해는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은 1962년부터 현재까지 10도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미국·호주는 5도, 캐나다·중국은 4도, 일본은 10도 이하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식품 주변 온도가 1도 상승할 경우 식중독 발생 건수는 5.27%, 환자 수는 6.18% 증가한다. 이를 토대로 식약처는 3월 말 롯데마트·CU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안정적인 냉장온도 유지와 에너지 절감을 위한 냉장고 문 달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운영성과를 검토해 전국적으로 설치·운영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결국 문제는 냉장고 추가 설비와 비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에 대한 부분은 편의점에서 가장 큰 공사"라며 "추가 설비 설치 시엔 일반 상품도 치워야 할 텐데 영업 자체가 마비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냉장고 문 달기의 경우 큰 점포에는 도입할 수 있겠지만 동선상 작은 점포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공간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세 슈퍼마켓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편의점에 밀려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발생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추가 설비를 도입을 하게 되면 대기업은 본사에서 분담을 하겠지만 중소형 슈퍼마켓은 자영업자라 개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 실정도 감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냉장 온도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안전한 냉장 식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비용 문제에 대해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