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김진호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활동 제한으로 K-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제동이 걸린 사이 후발주자인 중국은 공격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굴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로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투자·M&A 올스톱=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반도체 경쟁사들과 달리 나홀로 ‘정중동’ 상태다.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이 옥중생활에서는 풀려났지만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결정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대한 약 20조원 규모의 투자 이후 이렇다 할 반도체 투자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다른 축인 기업 인수합병(M&A)도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이 부회장이 아직 가석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한 M&A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 주요 경쟁국 심사 과정에서 해당 부문이 문제될 여지도 크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M&A를 단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다음 달 8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단행되는 ‘특별 사면’에 이 부회장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위기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성과에 집중해야 하는 현재 경영 구조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국익을 감안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특별 사면에 이 부회장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주춤한 사이 후발주자 中 공세= 중국 시장에서 K-반도체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반도체 생산 장비를 싹쓸이 중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장비 매출액은 44% 급증한 1026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는 데 투자한 결과다. 특히 2018년만해도 반도체 장비 구입에 131억1000만달러를 썼던 중국은 지난해 두 배가 넘는 296억달러를 지출해 2년 연속 장비구입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20년 반도체 자급률이 15.8%에 그치고 있지만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반도체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반도체굴기 정책에 따른 반도체 자체 생산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매출액 기준 세계 6위(매출액 340억달러·비중 6.1%) 수준인 후발주자지만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자본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지난 2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50억달러(약 6조1600억원) 신규 투자를 발표했고, 2위 업체 화훙반도체는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상하이증시 2차 상장을 통해 약 150억위안(약 2조9000억원) 조달에 나섰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자주적 반도체 생태계 구축,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5월 출범 새 정부는 K-반도체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세제혜택 등 정책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