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 고백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OO이 필요하다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한 남자와 한 여자가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고백을 할 참이다. 이때 남자에게 음악이 도움이 될까? 맞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와 인스브루크대학교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여성들은 음악을 들은 직후에 만난 남성에게 더 큰 호감을 보였다. 단 남자는 음악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 도움이 될까. 흥겨운 트로트? 고풍스런 클래식? 귀여운 동요? 철학박사이자 음악전문가인 저자는 ‘중립적인’ 노래를 추천한다. 여기서 중립적이란 “유명한 노래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커버한 노래”이거나 “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많이 나는 곡”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로맨틱한 멜로디를 들은 여성 실험군이 무덤덤한 멜로디만 들은 대조군보다 무려 52%나 높은 비율로 남자의 고백(전화번호 요구)을 수락했다. 이때 악기를 들고 있으면 조금 더 도움이 된다. 프랑스의 남부 어느 도시에서 약 300회에 걸쳐 이뤄진 여성에게 전화번호 받기 실험에서 기타케이스, 스포츠백, 빈손인 사람이 각각 33회, 21회, 14회 고백에 성공했다. 실험진은 “악기를 연주하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뛰어난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여성들의 잠재의식 속에 깔려 있다”고 판단했다. 저자는 음악을 “안 먹는다고 해서 당장 굶어 죽지는 않지만 맛있으니까 자꾸만 손이 가는, 귀를 기울이게 되는 ‘치명적인’ 간식이라는 점에서 ‘치즈 케이크’와 같다고 주장했다.

혹시 ‘모차르트 효과’를 아는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자녀가 똑똑해진다는 속설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연구팀이 재학생 36명에게 실험한 결과 모차르트를 10분간 들은 그룹의 과제 수행점수가 대조군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 36명은 대표성을 갖기에 표본수가 너무 적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단순히 모차르트 음악뿐 아니라 모든 음악이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하노버 음악·연극 미디어대학교의 에카르트 알텐뮐러 교수의 발언을 빌어 “음악 감상이 우뇌의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우뇌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공감각적 추리 능력이 향상된다”며 “이 효과가 비단 모차르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들려주거나 짧은 동화를 읽어줄 때에도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어릴 적부터 꼭 악기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67명의 아이들에게 3년 넘게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한 후 IQ 테스트를 했을 때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높은 결과가 나온 점을 들어 “악기를 배우면 집중력과 주의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아울러 “연주실력이 늘 때마다 성취감과 자신감이 자라고 자신의 감정을 세세하게 구분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좋아”지고 “언어능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음악을 연습하다 보면 목표의식이 뚜렷해져 자아발달에 영향을 끼치고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음악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핵심은 잘 때 한두 곡을 선택해 꾸준히 들어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조건자극’이라 한다. 저자는 빌리 조엘의 ‘룰라바이’(Lullabye)를 추천한다. “부드럽고 차분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정말이지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 갑자기 직접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오히려 기분이 고조되어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 신경학자들은 ‘스코어’ 악보를 떠올리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으로 가가각의 악기들이 연주해야 할 악보를 한꺼번에 그려보면서, 어느 악기가 다음에 어느 음을 연주할지를 상상하라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이 방법에 동의하면서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음표 하나하나를 양이라 생각하고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를 세라고 권면한다.

욕실은 자신만의 콘서트를 벌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여유를 즐기며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긴장 완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따스한 물에 몸을 맡긴 장소에서는 체내의 생화학 작용이 촉진돼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쉽다. 또한 샤워할 때만큼 자기 인식이 극대화되는 순간도 드물다.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목소리가까지 농밀하게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샤워할 때 듣는 목소리는 평소의 내 목소리와 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를테면 녹음해서 듣는 자신의 목소리라고 할까. 많은 이들이 녹음해서 듣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와 다르게 느끼는데 사실 그게 맞다. 실제로 “녹음한 목소리가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가 맞다.” 그렇다면 왜 나에게 다르게 들릴까. 범인은 바로 우리의 두부(頭部)다. 우리의 머리는 마치 보스 스피커처럼 작동해 목소리의 주파수를 증폭시키거나 목소리에 실제와 약간 다른 울림을 실어 다른 소리를 느끼게 한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음성 직면’이라 하는데, 희소식은 훈련하면 누구나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훈련법은 이러하다. 횡격막 위치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한다. 가슴이 아닌 배로 호흡을 하면서 허밍을 하면 성대 전체의 긴장이 풀린다. 이때 코르크 마개 하나를 입에 문 채 몇 문장을 말한 뒤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고 같은 문장을 반복하면 성대가 개방돼 좀 더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긴가민가한 주장도 적지 않고, 근거가 흐릿한 경향이 자주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알아두면 좋을 흥미로운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쓸모 있는 음악책 |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 강희진 옮김 | 웨일북(whalebooks) | 280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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