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가격 대폭 올린 한화솔루션…샌드위치 중기의 시련

여천NCC 폭발사고로 3공장 가동 중단
PE제품류 15만~20만원 인상
한화솔루션 "사고와 무관"
중기 "이렇게 뛴 적은 없어"

국내 한 중소기업 단지 전경.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한화솔루션이 지난달 폭발사고가 발생한 자회사 여천NCC의 생산차질에 따른 손실을 가격인상을 통해 거래처인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회사 생산차질로 대주주 이익이 줄어들 상황이 되자 가격 방어권이 없는 중소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소위 ‘비용의 외주화’를 택했다는 것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이달 초 거래처들에 폴리에틸렌(PE)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태양광 모듈과 신발밑창 등에 쓰이는 에틸렌초산비닐(EVA)과 비닐봉지의 원료인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은 2월 대비 t당 15만원씩 올렸고, 식품포장용 랩에 쓰이는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과 우유병 원료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t당 각각 20만원씩 인상했다. 국제유가 동향과 원가, 수급 상황 등을 가격인상 이유로 들었다.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이들 제품을 구매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번 가격인상이 지난달 발생한 여천NCC 폭발사고와 연관돼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과거 국제유가 상승폭이 급등했을 때도 제품 가격이 이렇게 뛴 경우는 없었고, 최근 1년간 가격 인상 때마다 t당 제품 가격 상승폭은 5만~10만원 수준이었다"면서 "한화솔루션이 자회사 공장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올려 중소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임원은 "회사가 빚만 수십억원이 쌓여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한화솔루션이 PE 제품류 가격을 크게 올린 것은 여천NCC 3공장 폭발로 인한 사상 사고가 발생한지 20여일 만이다. 3공장은 이 사고로 인해 현재까지 한 달 넘게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거래 중소기업들의 주장은 해마다 여천NCC의 수익 상당 부분을 배당 받는 한화솔루션이 올해 여천NCC로부터 유입되는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제품 가격을 인상해 그 부분을 충당하려 한다는 것이다.

납품 구조는 ‘여천NCC→한화솔루션→중소기업(반제품 생산) 또는 완제품 생산업체→유통업체 또는 소비자’다. 한화솔루션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여천NCC가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데 한화솔루션이 가격을 대폭 올린 것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로 최금암 대표 등 상당수 임원은 한화그룹 출신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동안에만 여천NCC로부터 1조2080억원어치의 원재료를 구매했다. 여천NCC로부터 가져간 배당금 규모만 1650억원(2020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그해 별도기준 영업이익(4250억원)의 39%에 달할 정도로 한화솔루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한화솔루션이 공시한 잠정실적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174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주된 원인은 여천NCC 등 관계기업 실적 악화였다. 더구나 여천NCC의 사고는 한화솔루션의 올해 실적에서도 악재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폭발사고는 가격인상과 무관하다"라고 반박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내수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은 나프타 가격 상승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고객사에서 답답한 마음에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점은 이해가지만 최근 (우리뿐 아니라) 많은 석유화학 업체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여천NCC의 공급 가격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화솔루션이 가격을 인상한 것에 대해서는 "사고가 에틸렌 수급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여천NCC 3공장에서 가져오는 에틸렌 전체 물량은 수출용이어서 국내 공급가격 상승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문제는 대기업 사이에 낀 중소기업들의 경우 급격한 가격상승을 납품단가에 적용할 수 없다는 데도 있다. 관련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인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해야 제품을 만들어 기한 내에 공급할 수 있는데 정작 그들이 만들어 파는 완제품 가격에는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한 임원은 "한화솔루션에서 매입하는 LLDPE와 HDPE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120만원선이었으나 이달 180만원, 4월엔 200만원까지 오를 예정"이라며 "EVA는 심지어 2년새 2배나 올랐지만 그동안 납품단가는 15% 정도 밖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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