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트럭 본 고교생은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 소화기 빌려 불 끈 작은 영웅들

김해 택시기사 의용소방대원과 등굣길 승객들의 화재진압 이야기

7일 오전 8시께 경남 김해시 도로가에서 트럭 적재함에 화재가 나자 택시기사와 승객이 진화를 돕고 있다. [이미지출처=경남소방본부]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택시가 급히 멈춰서고 60대 운전기사의 손엔 핸들 대신 미니 소화기가 잡혀 있었다. 차에 탔던 고교생은 안전띠를 풀고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등굣길 그들이 본 것은 트럭 적재함에 수북이 쌓인 종이박스와 그 적재물을 올라타 빨갛게 타오르는 불씨였다.

경남소방본부는 지난 7일 오전 8시 김해시 삼방동 도로에서 1t 트럭 적재함에 불이 나자 택시기사인 의용소방대원 1명과 고등학생 3명이 화재를 진압했다고 8일 소개했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트럭에는 종이박스 등이 다량 적재돼 차량 전체가 위험에 빠질 뻔한 상황이었지만, 이들의 도움으로 초기진화에 성공했다.

당시 부산에서 김해로 운행 중이던 트럭의 운전자는 적재함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갓길에 정차했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불붙은 박스를 치우며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불은 순식간에 다른 박스에 옮겨붙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때마침 택시를 운행 중이던 김해동부소방서 소속 정성배(남, 63) 의용소방대원이 불이 난 트럭을 목격하고 바로 차를 세웠다.

정 대원은 승객으로 타고 있던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트럭으로 달려가 차량용 소화기로 화재 진압에 힘을 쏟았다.

승객이었던 김해 영운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김동현, 박준성, 박현성)도 힘을 보탰다.

불길이 쉽사리 꺼지지 않자 학생들은 소화기를 구하기 위해 인근 상가로 달려갔다. 학생들은 GS25 편의점에 비치된 소화기를 빌려왔다. GS25 편의점에는 지난해부터 소방청과 협약을 맺고 긴급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소화기를 비치해 뒀다.

소화기 5대를 사용한 뒤 불은 꺼졌다.

정성배 대원은 “의용소방대에서 받은 소방훈련으로 당황하지 않고 소화기를 써 화재를 진화할 수 있었다”며 “망설임 없이 함께 도와준 학생들의 힘이 컸다”고 칭찬했다.

경남소방본부는 화재진압을 도운 의용소방대원과 학생들을 표창할 계획이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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