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이기민기자
권현지기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기민 기자, 권현지 기자]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틀전 찾은 충청과 제주지역 민심은 ‘이재명·윤석열’의 초박빙의 대선 구도 속에서 팽팽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과 제주는 역대 대선 결과를 모두 맞춰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는 점에서 대선 민심파악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후보의 지난 주말 동선을 따라 본지가 충청권과 제주 지역 민심을 취재해본 결과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막판에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여론과 강한 정권교체 여론 속에 윤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입장이 비등했다. 전날인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던진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등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결집도는 과거보다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종·서귀포 '이재명'…다른 지역은 "지켜봐야"=12일 세종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모(44세)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를 만들고 발전시켰기 때문에 이 지역 상인들은 대부분 민주당의 이재명을 지지하고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행정수도 공약들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4)씨는 "초등학교 2학년 손녀가 와서 윤석열은 거만하다며 찍지 말라고 했다"면서 "세종 시의원, 구의원, 시장 거의 다 민주당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 후보를 이번에도 밀어줄 것"이라 했다.
양품점을 운영한다는 김모(70세)씨도 "아내 문제는 공무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윤 후보처럼 평생 검사만 하던 사람은 나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13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만난 오모(54)씨 도 "이 후보가 나라행정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잘 안다는 느낌을 주고 있고, 정치적인 감각도 있어보인다"며 "과거부터 호남권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살았고, 내년부터 4.3 희생자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돼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고모(43세)씨도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대통령감은 아닌 것 같지만 굳이 투표해야 한다면 이 후보를 뽑을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윤 후보 싫어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그의 거친 발언도 문제라고 하는데, 조국 수사 때 보여준 먼지털이식 수사로 학을 뗐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세종과 서귀포 이외 다른 지역 민심의 기류가 조금 달랐다. 막판까지 관망하거나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대전 만년네거리에서 만난 박모(44세)씨는 "행정도시 공약이나 대덕특구 단지 같은 공약은 민주당에서 워낙 오래 우려먹고, 실현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주변 위성도시 물가만 올리고 되는 건 없었다"면서 "누구를 뽑아도 똑같다는 얘기가 많고 아직 뽑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천안에서 개인택시를 30년 동안 운영해왔다는 김모(62세)씨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면, 독립기념관에 이재명이 온다는 걸 택시기사들이 다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모르지 않냐"고 반문하며 "두 후보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안아산역에서 만난 정모(34세)씨는 "이 후보가 토론에서 선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윤 후보에게 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주변 여당 지지자들이 많이 돌아섰고 나도 그렇다"고 했다.
제주동문시장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오모(24)씨도 "이 후보가 우세한 것 같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니까 연세 있으신 손님들 중 윤 후보에 대해 좋은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면서도 "솔직히 처음 투표하는 대선인데 본인이나 배우자 문제가 심해 아직 정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충청권과 제주 2030 세대 젊은층은 '투표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대전역 앞 동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전모씨(29세)는 "누구를 뽑아도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고 두 후보 모두 싫어서 투표장에 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매일올레시장 기념품 가게에서 근무하는 고모씨(32세)도 "아직 투표를 할지 유보적인 입장이다"며 "윤 후보는 처가 문제, 이 후보는 본인 욕설 문제가 있어 이미지가 안 좋아서 (투표를 해야 할지)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충청과 제주 지역에서는 각각 티나지 않는 ‘샤이 민주당', '샤이 국민의힘' 표가 많을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대전 엑스포로에서 만난 윤모씨(40세)는 "충청도 사람들은 경상도나 전라도에 비해 지지후보를 대놓고 표현을 잘 안해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수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정치경험이 떨어지는 윤 후보보다 이 후보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제주동문시장에서 만난 전모(64)씨는 "오늘(13일) 이 후보가 시장에서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지지해달라고 하는 연설을 현장에서 들었지만 솔직히 민주당 정부에서도 비리나 부조리에 연루된 사람들 많이 있지 않았나"며 "주변에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윤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과거 청산을 다시 해야 앞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향한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 직후 만난 제주시민들은 '야권에 안정적일 수 있다'와 '대선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겠느냐'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전통과자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68)씨는 "안 후보와 윤 후보가 단일화해서 윤 후보가 그대로 선거까지 가고, 안 후보가 계속 돕는다면 지지율을 흡수해 안정적으로 이 후보를 이기지 않을까 싶다"다 언급했다. 반면 제주시 택시기사인 김모씨(60세)는 "여기(제주도) 사람들은 이제 안 후보에 별로 관심도 없다"며 "단일화를 하더라도 제주도 내에서는 지지율 변화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호남 이재명 강세 속 결집 '흔들'=13일 광주광역시와 전남 등에서 만나본 시민들은 대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세를 보였지만, 단단하기보다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남에 유통업을 하는 추오성씨(35, 가명)는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 경력이 있어 부동산 정책이나 기득권 타파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지혜씨(79, 가명)는 "아직은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라며 "검찰만 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뭘 알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도 감지됐다. 전남에 거주하며 무직이라고 밝힌 최진석씨(65, 가명)는 "웬만하면 민주당을 찍어주고 싶은데 이 후보가 싫다"면서 "잘못했다고 눈물 흘리는 것을 여러 번 봤는데 사과도 아예 말든지 당당하게 잘못했다고 하든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관한 관심이 커졌지만, 국정수행능력이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 발언 등 영향으로 흔들리는 모습도 감지됐다. 보성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60)씨는 "윤 후보 지지층도 주변에 있다"며 "호남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호남이 소외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취재 중 긴급뉴스로 알려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제안과 관련한 관심이 컸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41)씨는 "양당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안 후보는 리스크가 없다"며 "이 후보와 1:1로 맞붙으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임모(28)씨는 "안 후보가 소신대로 정치했으면 좋겠다"면서 "단일화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30)씨는 "단일화를 통해 힘을 얻으려는 거 같은데 이 후보에게는 별로 타격이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청·제주와 마찬가지로 선택할 후보가 없다는 푸념도 많았다. 광주광역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3)씨는 "한 명은 폭주기관차(이 후보), 다른 한 명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윤 후보) 같다"며 "두 후보만 놓고 보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선거하기 싫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종·청주=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제주=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광주=권현지 기자 hj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