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원정숙 이관형 최병률)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공산주의자 발언'은 피고인의 경험을 통한 피해자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입장표현 등으로 보는 게 타다하다. 이를 명예훼손을 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의 자유을 일탈한 위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민주통합당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문 대통령에게 "부림사건 변호인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2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으로 2014년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고 전 이사장은 수사 검사, 문 대통령은 재심 변호를 맡았다.
1심은 "용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선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념 갈등 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고 전 이사장 발언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 부분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 밖에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특히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