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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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0일 만에 반토막났다.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늘고 한파도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연초에 비해서는 4배 이상 오른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최고 12% 급락하며 메가와트시(MWh)당 84.90유로까지 떨어졌다. 지난 21일 기록한 사상최고치 180유로와 비교해 50% 이상 하락했다.
다만 MWh당 20유로를 밑돈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천연가스 가격은 4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영국의 천연가스 도매가격도 이날 10% 하락한 섬(열량 단위)당 210펜스를 기록했다. 영국 천연가스 가격도 지난주 사상최고치 450펜스와 비교해 50% 이상 떨어졌다.
컨설팅업체 ICIS의 알렉스 프롤리 애널리스트는 "온화해진 날씨와 LNG 공급이 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으로 향하던 미국 LNG선 한 척이 이날 방향을 틀어 네덜란드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롤리의 설명처럼 최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아시아로 향하던 미국 LNG선이 유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카슈알 라메시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소 80만t의 LNG를 실은 11개 선박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덕분에 유럽 천연가스 시장이 수급 균형을 다소 회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천연가스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메시 애널리스는 "LNG선이 경로를 변경해 유럽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며 "가스관을 통한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럽 천연가스 최대 공급처인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 관계가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