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제2의 '빛의 벙커' 들어선다…'작품 감상하고 NFT 카페서 구입까지'

핀테크업체 티모넷 대표 박진우

프랑스서 처음 몰입형 미디어아트 경험
지식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전시 인상적
3년 준비 끝에 제주 '빛의 벙커' 탄생

서울 워커힐 시어터 부지 리모델링해
내년 초 '빛의 시어터' 개관
벽높이 최고 20m로 4배 높이고
NFT 연계 디지털 갤러리 카페도 예정
예술과 대중 연결하는 게이트 역할

제주 '빛의 벙커'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최근 몇 년 새 젊은이들이 제주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를 여행할 때 꼭 들르는 장소가 있다. 2018년 11월 개관한 국내 첫 몰입형 미디어아트(Immersive Media Art) 전시관 ‘빛의 벙커’다. 이곳에선 반 고흐나 마르크 샤갈 등 해외 거장 작품을 배경으로 대충 사진기만 눌러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일반인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까지 자주 찾는 이유다. 인기가 치솟자 아르떼 뮤지엄과 노형슈퍼마켙 등 후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도 생겨났다. 지난 6월엔 공공미술관인 제주현대미술관마저 유행을 좇아 같은 류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제주 미술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가 박진우(55) 티모넷 대표다. 그는 현재 서울에 제2의 ‘빛의 벙커’인 ‘빛의 시어터’ 개관 준비에 한창이다. 광진구 소재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의 ‘워커힐 시어터’ 부지를 리모델링해 내년 초 문을 열 계획이다. 박 대표는 "빛의 벙커 높이가 5.5m인데 빛의 시어터는 최고 20m로 4배가량 높다"면서 "워커힐 시어터라는 공간이 가진 규모와 특성, 역사성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

박 대표의 전문분야는 미술이 아니다.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국제경영학 석사, 경영정보시스템(MIS) 박사,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귀국 후 1996년 쌍용정보통신 전략기획팀에 입사했다. LG CNS와 한국스마트카드 등을 거친 후 2007년 11월 티모넷을 설립했다. 티모넷은 ‘티머니’라 불리는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다.

"프랑스 레보 드 프로방스에 있는 빛의 채석장에서 처음 ‘아미엑스(AMIEX)’라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경험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모두가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면 가족과 함께 구경하기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미엑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컬처스페이스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부지 선정 등 3년간 준비한 끝에 빛의 벙커가 탄생했다."

박 대표는 핀테크 전문기업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빛의 시어터를 ‘컬쳐 테크놀로지’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전시관에는 단순 몰입형 미디어아트 뿐 아니라 올해 미술계 최대 화두인 대체불가능토큰(NFT)과 연계한 디지털 갤러리 카페도 오픈한다. 빛의 시어터 전체 면적 3306㎡(약 1000평) 중 820㎡ 규모로 조성된다. 박 대표는 "메인 전시관에서 작품을 관람한 뒤 디지털 갤러리 카페에서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NFT로 구입하도록 구상 중"이라며 "개관전에 국내외 유명 작가 10여명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빛의 벙커'에서 마르크 샤갈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박 대표는 미디어아트가 단순 전시가 아닌 도시·문화재생에도 기여하는 측면을 높게 샀다. 빛의 벙커 부지는 1980년대 일본·한반도·제주를 잇는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국가통신망 기지였다. 빛의 시어터가 조성되는 워커힐 시어터는 국내 최초 극장식 쇼인 ‘워커힐 쇼’를 50년간 선보였던 곳이다. 두 공간 모두 2010년을 전후로 사용 목적이 변경돼 사실상 방치돼왔다. 박 대표는 "빛의 벙커가 숨은 공간을 다시 한번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로 만들었다면 빛의 시어터는 쓰임이 바뀐 공간에 옛 영광을 다시 찾아주는 의미의 재생"이라며 "부지를 정할 때 이런 맥락을 고려해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핀테크와 문화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프랑스 베르사유 궁과 3D·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버추얼 전시를 논의중이다. NFT 플랫폼과 메타버스(metaverse) 방식의 온오프라인 갤러리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4차산업혁명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의해 그 융합력과 파급력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선보여 예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게이트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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