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전지 만큼 오래 쓰는 차세대 전고체전지 개발

한국전기연구원 김병곤 박사팀

한국전기연구원의 전고체전지 관련 연구결과가 세계적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육박하는 수명을 가진 차세대 전고체 전지가 개발됐다. 이온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면서 수명이 단축되는 단점을 수정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상용화에 큰 진전이라는 평가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김병곤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사팀이 ‘희생양극’과 ‘인듐음극’을 도입해 안정성과 수명 특성이 크게 향상된 황화물계 차세대 전고체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가연성의 액체에서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하고 있다. 높아진 안전성 덕분에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따로 필요하지 않고,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대신하여 전지의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낮은 이온 전도성, 제조공정 및 양산화의 어려움, 높은 단가 등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체 형태의 전해질과 양극/음극 그리고 도전재와의 계면 불안정성(입자간 경계에서의 높은 저항), 이로 인한 활성 리튬 손실, 내부단락 발생 등의 문제가 가장 크다.

연구팀은 ‘희생양극’과 ‘인듐음극’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계면 불안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튬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도입된 희생양극은 충전 중에 질화리튬(Li3N)이 분해되면서 전지에 추가적인 리튬을 제공해준다. 게다가 추가된 리튬은 인듐 음극과 반응하여 부피를 더욱 팽창시켜 셀 내부 압력을 높이고, 입자간 접촉을 향상시켜 전지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해준다.

인듐음극은 리튬이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라나는 일명 ‘수지상 (dendrite) 성장’을 억제해주다. 고체 전해질과 안정적인 화학적 계면을 형성해줌으로써 전지의 장기 수명 특성을 크게 높여준다.

연구팀은 개발 성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간 발생가스 및 셀 압력변화 측정, X-ray 단층촬영(tomography)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셀 내부 압력과 음극 계면 안정성이 전지 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원리로 전고체전지에 KERI가 개발한 희생양극 및 인듐음극 기술이 도입될 경우, 260사이클 이상의 안정적인 충·방전 수명 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상용화 된 리튬이온전지가 통상 300~500회의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KERI의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큰 성과다.

김 박사는 “희생양극은 추가적으로 금속성 리튬음극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셀 제작 단계에서 공정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성능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인듐음극은 인듐의 셀 전압이 낮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전고체전지의 수명을 좌우하는 음극 분야에서 전지의 장기 안정성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인듐 이상의 안정성과 리튬 수준의 전압을 가지는 음극을 개발해 최고 수준 성능의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18.808)’에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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