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경북 포항에 사는 여성과학자 김연화씨는 지난해 초 출산 직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았다. 돌도 채 되지 않은 아이에게 감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결국 휴직을 택했다. 집에 있으면서 연구를 해보려 했지만 육아와의 병행은 쉽지 않았다. 재택근무 중인 남편의 육아 분담도 어려웠다. 남편 역시 온라인 강의ㆍ회의에 시차가 나는 해외 연구자와의 공동연구 등 때문에 도무지 짬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19가 기존의 생활양식을 모두 변화시킬 거라고 말한다"면서 "다른 모든 이들이 모두 '뉴 노멀'로 향해 갈 때, 아기와 함께 나도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나는 다시 연구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호소했다. (출처 -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코로나19가 과학자들의 생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여성 과학자들이 육아ㆍ가사 부담으로 연구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비대면ㆍ온라인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국제 연구 협력ㆍ오픈액세스 논문 발표 등은 폭증하는 추세다.
3일 한국연구재단(NRF)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 연구자들의 연구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교육 및 탁아 시설이 폐쇄되면서 여성 연구자들의 연구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사태 이후 여성 연구자가 주저자로 등재된 경제학 논문의 숫자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경제정책연구소(CEPR) 통계에 따르면 전체 논문 저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19년 23%에서 2020년 21%로 줄었고, 여성이 주저자인 논문의 비율도 같은 기간 23%에서 22%로 감소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386개의 코로나 관련 논문을 작성한 연구자 991명 중 19명만이 중년 여성 학자였다"면서 "코로나 관련 연구는 여성들이 더 관심을 갖는 응용 미시경제학 분야 등에 걸쳐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논문 감소가) 코로나에 대한 상대적인 관심 부족 때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대ㆍ노스웨스턴대가 지난해 6월 미국과 유럽의 대학 교수ㆍ주요 연구자 4535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설문 조사에선 팬데믹 때문에 5세 이하의 어린이 1명을 보육하는 과학자들의 연구 시간이 17%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도 최근 연구자들이 공식 발표전 논문을 검증하기 위해 올리는 '프리프린트(pre-print)' 2곳의 논문 숫자를 분석한 결과 수학 및 물리학 분야의 경우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4월간 여성 저자 건수는 2.7%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남성 저자 건수는 6.4% 증가해 남ㆍ녀간 연구 실적 격차가 컸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온라인ㆍ비대면 연구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오픈액세스 논문(preprint) 발표 및 국제 연구 협력은 폭발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오픈액세스 논문 발표건수는 2010년까지만 해도 2019년 약 27만건에서 지난해 36만건으로 급증했다. 전체 연구 논문 중 국제협력 연구 비율도 2019년 21%대 후반에서 지난해 23%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연구재단은 "오픈액세스 논문의 경우 Preprint의 속성상 빠른 정보의 공개와 토론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제적 연구 협력의 증가는 물리적 이동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환경 발전과 화상회의를 통한 아이디어 교환이 늘어나고, 과학적 데이터의 온라인상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