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품질 지킴이’ 엑시콘…“비메모리 테스터 최초 국산화”

삼성전자 반도체 최종 검수…검사장비 다각화·국산화 속도
107억원 규모 번인 테스터 공급…SSD 장비도 효자노릇 '톡톡'
매출 20%는 R&D에 투자…내년부터 신제품 속속 출시

엑시콘이 개발한 차세대 번인(Burn-in) 테스터 'i2154.' 회사는 최근 삼성전자와 107억원 규모의 번인 테스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사진제공 = 엑시콘]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반도체 후공정 분야는 연구개발이 생명입니다. 기술 수명이 3~5년 남짓이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엑시콘은 메모리 반도체용 품질 검사장비를 개발·생산하는 회사다. 엑시콘의 검사장비는 메모리 반도체의 후공정 과정에서도 최종 단계에 쓰인다. 검사장비는 반도체 불량을 사전에 검출하는 만큼 제품 신뢰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사장비를 개발한 초기부터 삼성전자가 주 고객사였다. 엑시콘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셈이다.

엑시콘 천안사업장. [사진제공 = 엑시콘]

검사장비 다각화 속도… 국산화로 반도체 경쟁력 ↑

회사는 지난해부터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한정됐던 검사장비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비메모리(SoC) 검사장비는 개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번인(Burn-in) 검사장비는 양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외산에만 의존해왔던 비메모리 검사장비는 사실상 첫 국산화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107억원 규모의 번인 검사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박상준 엑시콘 대표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최근 3년 평균 20%에 이를 정도로 신기술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검사장비가 국산화되면 글로벌 업체들도 단가를 20~30% 정도 낮춰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후공정 산업의 빠른 변화는 엑시콘이 제품 다각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반도체 제조과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뉘는데 사실상 후공정 단계로 반도체 성능이 좌우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만큼 후공정 설비는 급변하는 반도체시장에 가장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전공정 설비의 기술수명이 5~10년인 반면, 후공정 설비는 길어도 5년을 넘지 못한다.

수년 전 겪은 실적 부진이 이 같은 노력의 기폭제가 됐다. 회사는 2017년 D램 반도체의 4세대격인 DDR4 검사장비 공급이 확대되며 사상 최대 매출액(67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반도체시장이 차세대 D램인 DDR5 중심으로 교체되기 시작한 데다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매출(565억원)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도 매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엑시콘은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치열한 연구개발 끝에 DDR5 검사장비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 덕분이다. 회사는 당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SSD 검사장비도 효자… 신제품 생산 본격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낸드플래시 기반의 차세대 저장장치)를 초고속으로 검사하는 4세대 장비는 연구개발의 또다른 성과다. SSD 검사장비는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회사의 ‘효자 상품’ 노릇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인터넷 서버 시장이 급성장하며 SSD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 향후 전망 역시 장밋빛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SSD 시장은 연평균 18% 성장해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55조원 규모에 이른다. 박 대표는 "SSD 시장은 현재 4세대에서 5세대로 교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5세대 검사장비도 개발을 완료해 현재 제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퀀텀 점프’를 자신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전망되는 데다 내년 상반기부터 새로운 제품군이 속속 출시되는 까닭이다. 지난해 초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CIS(CMOS 이미지 센서) 검사장비도 빠르면 올 4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CIS 검사장비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장비 중 하나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 MBT(메모리 번인 테스터) 등 새로 개발한 제품의 생산을 본격화한다"면서 "CIS 검사장비는 국책과제를 통해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만큼 매출 가시화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기벤처부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