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에서 주택에 대한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공급을 확대하기보다 세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고, 기존 보유자에 대한 징벌적인 과세를 통해 억지로 주택을 내놓게 하려는 반(反)시장주의적인 행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여당 특위에서 논의 중인 부동산세제 개편 방안의 핵심은 1가구 1주택 비과세 기준금액(고가주택)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종합부동산세를 공시지가 상위 2%에 해당하는 인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특위안과 달리, 현행 세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납부유예 제도를 도입하거나 공정가액비율을 90%까지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세제의 본질이나 민심과는 동떨어진, 공정하지 않은, 고루한, 탁상공론으로 느껴진다. 세제를 이용하여 세금징수 이외의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세금은 그냥 세금으로 존재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1가구 1주택에 대한 거래세나 보유세는 없애야 한다(다만, 취득세나 재산세는 그 지역에 거주함으로써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응익과세원칙에 부합하므로, 존속할 필요가 있다).
현행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라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같은 구 반포동, 같은 평수로 이사할 수 없다. 비과세 기준금액(현행 9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자의 이사를 주저하게 만들 권한이 없다. 국민이 세법을 준수하는 것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이지 이사를 방해하는 데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세법은 부동산 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런데 1가구 1주택은 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라고 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주택을 보유한 자에 대한 징벌적 규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다만,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투기 목적이 있으므로, 현행 과세체계를 유지하는데 동의한다).
물론 과세관청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세금을 없애면 세수가 줄어들 수 있고, 투기 방지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 매듭을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칼로 베어 풀어 헤쳤던 것처럼, ‘세제의 국제화’라는 명분을 들이대면 된다.
선진국은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으니 이를 따라가면 되는 것이고,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도 투기 목적이 아니니 원래 자리로 환원하면 된다.
부족한 세수는 어떻게? 1977년 도입 때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으로부터 계속 지적받아온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를 유럽연합(EU)과 유사하게 개정하면 된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모델인 EU의 부가가치세제를 살펴보면 면세는 거의 없다.
따라서 세제의 국제화라는 명분에 맞춰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를 대폭 줄이면 된다. 이를 통해 얻는 세수입으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감세액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세제 입법권자(여당)의 행동이 국제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공정’한가 아니면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그 결과는 내년 대선에서 공개될 것이다. 이 땅에는 극우나 극좌가 싫어서 어쩔 수 없이 현 여당을 지지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현 집권여당에 내년의 봄도 있을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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