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1조 해석차…'사업주 역량 고려'vs'논의대상 아냐'

안경덕 고용부 장관 "합리적 결정" 당부에도
민주노총 회의 보이콧 등 '공회전'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최임위 전원회의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최저임금법 1조를 둘러싼 노사 이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측은 "죄저임금을 주는 사업주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근로자 측은 "법 취지는 사업주의 권익이 아닌 근로자의 노동 수준 향상이기 때문에 사업주 지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노사 간 논의가 진전되기는커녕 전선만 넓어지고 있으며 기본 전제부터 차이가 큰 상황이다. 특히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담은 1조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하다. 1조는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복수의 최저임금위원회 노사 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업주의 경제적 타격을 얼마나 의사결정에 반영하느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 측은 "사업주들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는데 어떻게 대폭 최저임금을 올리냐"고 하고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법 취지가 노동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 취약계층 노동의 질과 생활안정을 돕기 위함인데 왜 사업주 위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지어 2차회의 한 시간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근로자 위원 4명은 아예 회의장에 오지도 않았다. 대신 회의장 밖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합리적인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의 메시지는 먹히지 않았다.

노사 간 시각 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차 회의가 열린 지난달 20일 이후 노사는 '현 최저임금 수준→공익위원 유임 규모→자영업자 피해에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순으로 논쟁을 이어왔다. 근로자 측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라는 이유로 협상 목표로 제시하는 '1만원'을 달성하려면 올해 8720원보다 14.7% 올려야 한다.

정부의 중재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30명의 최임위 위원 위촉에 영향을 미치고 3명의 특별위원도 보낸다. 위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되 최종 발표만큼은 통일된 목소리로 나가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원칙이다. 취지에 부합하려면 정부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그렇다고 공익위원 인선과 회의장 안팎에서의 중재 노력 등 의무를 저버려서도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본격적인 협의는 다음달부터 시작"이란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최저임금위 전문위의 심사 결과를 받은 뒤 다음달 15일 3차 전원회의부터는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오는 8월5일이기 때문에 절차상 늦어도 7월 중순에는 결론을 내야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다. 매년 격론을 벌였던 노사 위원들이 법정 시한을 지킨 사례는 드물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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