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둔 52시간제…'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기할 판'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앞두고 '발동동'
7월 1일부터 5~49인 중소 사업장 시행
코로나에 외국인 인력까지 부족 '아우성'
"적용 시기 재검토하거나 계도기간 필요"

# 경북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최근 '사업장 쪼개기'를 하겠다는 A기업 대표를 만났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사업장을 5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 2개로 나누는 편법을 쓰려한다는 것이다. 황씨는 "A기업 대표가 아내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새 회사로 직원 일부를 옮기겠다고 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오죽 했으면 그런 방법을 쓰나 싶었다"고 말했다.

3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는 오는 7월 1일부터 근로자 5~49인 이하 중소기업에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된 영세 기업들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제 도입을 두고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A기업 사례처럼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영세 제조업체는 직원을 새로 뽑을 여력도 부족하고, 일을 하겠다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다. 경기 김포에 위치한 기계부품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역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에게 3년 동안 장학금을 주겠다고 해도 채용이 어렵다"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려면 직원 수를 9명 더 늘려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탄력근로제 등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는 현장에서 무용지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탄력근로제는 근무시간이 더 필요한 시기에 다른 주의 근무시간을 당겨오는 방식으로 ‘1주 52시간’이라는 절대적 시간은 변함이 없다. 이수균 부산경남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공장에서는 직원 한명만 빠져도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연차조차 쓰기 힘든 경우가 많다"면서 "탄력근로제는 뿌리산업 현장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라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제도적 차원에서 확정된 일정이 있어도 도입 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용 시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감당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확보도 어려워진 상황 등 현장 애로를 파악해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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