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양산형 저압 전력기기, 미국 시작으로 세계시장 노크'

2년 묵은 적자, 3개월만에 흑자 전환
초고압 변압기 부가가치 높여
내년 목표는 사업 공격적 확장 구상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 공략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추진 등
기업의 10년 후 지금부터 준비해야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이 3일 현대일렉트릭 경기도 분당사무소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회사의 성과와 2021년 경영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br /> <br />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담=아시아경제 이은정 산업부장, 정리=이기민 기자] "올해 기대 이상 빠른 속도로 흑자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내년에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초고압 기기 부문을 확대하고 양산형 저압기기의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미래 산업인 에너지 솔루션 공급자로 변모할 겁니다."

취임 1년을 앞둔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인터뷰 내내 겸손해했지만 경영비전을 설명하는 동안 줄곧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본부에서 2017년 분사한 현대일렉트릭은 2018년부터 2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누적 적자만 2500억원이 넘었다. 그랬던 이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한 올 1분기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26일 조 사장이 취임한 이후 단 3개월 만에 거둔 기적 같은 성적이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520억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그룹 내 미운오리새끼였던 현대일렉트릭이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올 한 해에는 수익성 극대화에 주력했다면 내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인 초고압기기 공급 확대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하고 양산형 저압 배전기기로 세계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하겠다는 게 조 사장의 구상이다. 또 미래 사업으로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도 추진한다. 조 사장은 "올해뿐 아니라 10년 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낼 때도, 현대일렉트릭 사장에 취임할 때도 녹록한 환경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취임 후 현대일렉트릭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2019년 1400억원, 2018년 900억원 정도 적자가 났었다. 반면 올해는 3분기까지 520억원 흑자를 거뒀고 4분기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목표가 흑자전환이었는데 초과 달성했다. 기대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빠른 속도로 달성한 셈이다.

-내년 경영 목표도 세웠을 것 같은데.

▲우선 올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익성 위주로 경영해 성과를 거뒀다. 내년 경영 목표는 첫째 주력 사업이자 점유율 세계 5위인 초고압 변압기를 더 잘 만들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 추세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력기기를 요구한다. 수요자들은 '친환경 가스를 써달라' '친환경 절연유를 써달라'고 한다. 기능은 같지만 소음이나 유해 가스가 안 나오는 것을 만들어 주면 돈을 더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고부가가치 기술로 승부를 봐야 한다. 초고압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화해서 좀 더 좋은 조건으로 팔겠다는 게 목표다.

두 번째, 전압이 낮은 저압기기 부분도 강화할 예정이다. 예전에 두꺼비집이라고 말하는 저압 차단기를 비롯해 저압전동기(모터) 등 제품은 양산품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내년엔 양산형 저압기기 사업을 더 키워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우선 공략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전력기기라는 게 나라마다 원하는 규격이 제각각이다. 미국이 규격에서 가장 개방됐다. 지금도 미국시장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동남아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시장은 자국기업이 많아서 만만치는 않지만 워낙 큰 시장이라서 도전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인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은 새롭게 준비하는 영역이다. 단위 공장에 모든 전력기기를 적절하게 잘 배치해 최적화하는 작업을 보통 에너지 솔루션이라고 통칭한다. 공장ㆍ마을ㆍ집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 어떤지 알아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만들어주는 에너지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솔루션을 만들어주는 플랫폼 자체가 비즈니스다. 설계를 해주면서 필요한 하드웨어가 따라가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 준비해야 10년 후 솔루션 공급자(Solution provider)로 이름을 내밀 수 있다.

-내년에는 미국 정부가 바뀐다. 기조도 친환경 기조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 방향도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계속 살펴보고 있다. 기본 방향은 어찌 보면 2015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한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탄소중립이라고 이야기했다. 친환경은 좀 더 큰 의미지만 온실가스 감축이 친환경과 동등하게 여겨진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최근 약속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바로 복귀 선언을 할 것이고, 국제회의도 다시 열릴 것이다. 농업, 임업도 있겠지만 전기로만 본다면 전기쪽에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발전원의 변화와 더불어 이산화탄소가 안 나오는 쪽으로 변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거나 분산형 전원이 되면 이산화탄소도 줄지 않을까 예측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신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전사 차원에서는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또 미국시장에 대해서는 미ㆍ중 무역분쟁 완화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이 어느 정도 축소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 알라바마 법인을 활용해 기존 변압기시장을 수성하면서 친환경 제품의 설계 능력을 이식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 초 설립한 애틀랜타 판매법인을 배전기기 유통망 확대의 전진기지로 활용해 남미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개발과 생산은 본격화되면서 충전인프라 시설 관련 사업이 향후 필수 시설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현대일렉트릭도 3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전기차 충전인프라시장 공략에 대해 간단히 밝힌 바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구체적 계획은 어떤 건지.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기차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29%에 달하고 2030년에는 전기차가 전체 신차시장의 약 32%를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폭발적 성장 속에서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충전인프라 구축, 배터리를 비롯한 관련 기자재 생산, 충전소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대일렉트릭에서 이루고자 하는 경영철학과 목표가 있다면?

▲기업의 목표는 명쾌하다.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쾌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단순하지가 않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되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즉 부단히 변화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전력기자재를 공급하는 '토털 솔루션 공급자(Total Solution Provider)'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제 시장은 우리에게 안전과 효율, 비용과 환경을 총망라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솔루션 공급자(Smart Solution Provider)'로서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대표의 임무이자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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