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처럼…감성 AI 만들 것'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AI R&D센터장
"감성적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AI 목표"
인지심리학·인문학 적용한 알고리즘
게임사들, 서비스 혁신 위한 '필수재' 인식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영화 '허(Her)'에서 남자주인공은 아내와 별거하면서 외롭게 살아가던 중 인공지능(AI) 사만다를 만난다. 그는 자신의 기분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만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AI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 같은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화될 날도 가까워지고 있다.

영화 '허(Her)'의 한 장면

"감정 느끼는 AI"

지난 8월 AI센터를 설립한 스마일게이트는 '디지털휴먼'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AI R&D 센터장은 1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감성적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AI를 만들 것"이라면서 "대화 몇 마디 해보면 기계인 게 티나는 AI가 아닌 평균적인 인간의 능력을 가진 '보통사람'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가 추구하는 AI는 상대방의 감정을 인식하고 '인간형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되는 개념이다. AI와 친구처럼 같이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수다도 떨 수 있다. 한 센터장은 "어려운 수학문제 같은 것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기쁨을 주고 재미를 주는 AI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마일게이트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AI에 감성을 입히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AI센터에 심리학박사도 연구원으로 채용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인지심리학,인문학 등을 적용해 AI 알고리즘을 짜고 있다. 한 센터장은 "현재의 기분 상태라는 것이 AI에 존재하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AI R&D 센터장

스마일게이트는 기술 경쟁보다 여러기술을 조합한 '서비스'로 AI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음성ㆍ이미지 인식,합성기술 등의 AI 기술 시장은 관련 논문만 1만개 넘을 정도로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것이 한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경쟁하는 단위 기술 시장보다 우리 서비스에 필요한 '감성' AI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우선 게임에서부터 이 같은 AI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스마일게이트 가상유튜버 '세아'의 인격을 가진 AI가 같이 게임을 해주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한 센터장은 "일대일로 하는 자연스러운 대화 형태의 게임이나 AI를 여러개 복제해서 가상공간에 풀어놓는 게임 형태 등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N도 AI 영토확장

스마일게이트 외에도 국내의 대형게임사 3N(엔씨소프트ㆍ넥슨ㆍ넷마블)도 AI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텍스트,그래픽 디자인,모션캡처 등에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KB증권과 'AI 간편투자 증권사'를 출범했다. 엔씨의 기술을 활용해 AI가 자산관리를 조언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넥슨은 AI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하고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용자의 특성을 분석하는 '지능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의 패턴을 학습해 AI가 게임 중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인들을 제공하는 식이다.

게임사들이 일제히 AI연구에 뛰어든 것은 서비스 혁신을 위한 '필수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AI는 불,전기,인터넷 같은 '도구'에 가깝다"면서 "AI는 모든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도구인데 인간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격하다보니 가능성을 높게보기 시작해 뛰어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한 몫 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AI 시장 규모는 2019년 3000억원 규모에서 연 평균 17.8% 성장해 2023년 64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 센터장은 향후 AI 시장에 대해서 "현재는 AI 기술로 경쟁하지만 향후 '서비스'경쟁으로 패러다임 바뀔 것"이라면서 "기술이 아니라 AI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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