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그들이 가야할 곳

의사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이 파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염병 위기라는 타이밍은 파업의 위력을 더할 무기가 되겠지만, 동시에 더 강한 투쟁으로 이어질 추동력을 약화시키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의사 파업은 언제나 투쟁 효과와 여론 추이 사이에서 갈등하다 소멸하곤 했다. 의사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은 의대 정원 확대에 양보하는 척 하면서 첩약급여화라도 막는 것인데, 그럴 정도의 전략가가 의사 사회에 있는지 의문이다. 몇 번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 성공한 경험이 전무한 거의 유일한 이익집단이 의사다.

검사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다는 현실을. 개혁의 아이콘만 쫓아내면 될 거라 여겼던 판단은 더 큰 야망을 가지고 부동산 정책에 훈수를 두고 있는 장관의 취임으로 이어졌고, 승부는 이쯤 어디에서 끝났다. 곧 있을 정기인사 후 줄사표 투척이나 항명성 집단행동도 흐름을 거스르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전광훈과 그 신도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만큼은 주 안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명령을. 광화문 집회에 투입됐다가 검사를 받게 된 경찰만 9500여명이다. 막대한 검사ㆍ치료 비용뿐 아니라 감염병 재확산의 빌미를 던져준 당신들은 사회악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사회악이 된 종교가 공동체 속에 존재할 가치나 이유도 없다. 교단 전체의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닌 일부 교회의 일탈을 이 정부가 상대하는 건, 의사와 검사 집단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국민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아파트 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진리를. 힘 있게 강행하는 것 같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집값을 잡을 것인지 궁금하다면, 강남 아파트 두 채를 지키고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 참모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갈수록 올라가는 세금을 견디지 못하고 당신이 팔아버린 아파트는 그 참모 같은 사람의 소유가 되어 더 비싼 물건으로 변해갈 것이다.

의사 파업이 매번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주장의 설득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더 강하게 파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한 그러나 국민 건강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는 제도에 대해선 언제나 입을 다물어왔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보건당국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문가 집단이다. 국민이 의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에서 보건복지부의 헛발질은 통제되지 못한다. 의사들은 당장 진료실과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검사들은 정치를 떠나 법률가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검찰개혁은 여론의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그 명분도 충분하다.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면서 국민 권익에 훼손 우려가 있는 세부안들에 대해 발전적 의견을 개진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다. 정책 수립 과정의 정부 독선을 견제하고, 정당한 대안이 반영되도록 압박하는 역할은 언론이 담당한다. 이것은 검언 유착이 아니다.

종교인은 공동체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늦었지만 방역활동에 협조하고 대면 예배를 중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퇴로다. 지금의 기독교는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할 여유도 없다. 국내 최고 목사들의 온라인 설교를 안방에서 경험하게 된 신도들은 자신이 다니던 동네 교회 목사의 수준을 절감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독교가 경험할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다.

부동산.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니 되돌아 갈 자리가 없다. 찔끔찔끔 규제는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위선적인 그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게 훨씬 효과적인 대안이다. 지금의 집권당은 야당일 때 더 멋있었다.

신범수 사회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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