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유죄가 확정된 조합 관계자의 판결문 사본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공익에 관한 것인 만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명예훼손·상해·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택시협동조합원이었던 A씨는 2017년 조합 이사장이었던 B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협동조합은 20억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사장 B씨가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사장 B씨와 다른 직원 C씨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됐으며 B씨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조합 임시총회가 열린 자리에서 조합원들에게 C씨의 횡령 사건 판결문을 나눠주면서 이사장 B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해 C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1심은 "B씨는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라며 "A씨는 판결문 어디에도 B씨가 조합의 돈을 횡령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B씨가 공모해 횡령한 것처럼 말을 했다"며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다른 조합원인 D씨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도 "B씨는 A씨의 행위로 인해 잘 알지 못하는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전과자로 알려지게 됐다"면서 "A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판결문을 나눠주는 등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합의 이사장인 B씨는 C씨의 횡령 행위가 발생했음이 인정될 경우 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거나 이사장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며 "B씨의 책임 유무 또한 조합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