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립' 감염병만큼 위험…격리 경험자 '고립·압박감 커'

격리시설 3일·자가격리 10일
"자가격리 위반땐 법적 제재
짧은 격리생활에도 숨 막혀"

'격리후유증' 20대 여성 극단 선택도
국민 "불안·우울감" 47.5%

지난 4월 스위스에서 귀국해 격리 생활을 경험한 송모(24)씨는 비닐 봉투에 새겨진 감염병 경고 마크에도 두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고립'도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격리를 경험했던 이들은 고립과 압박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스위스에서 귀국해 격리 생활을 경험한 송모(24)씨는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3일간 짧은 격리시설 생활에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며 "자가격리 규칙을 위반하면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는 말을 들으니 숨이 막히는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입국 과정에서 발열이 있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위해 경기도의 한 격리시설에서 3일간 생활한 뒤 10일 남짓 기간 동안 집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이어갔다. 송씨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 상담을 받았다.

격리를 경험한 이들은 '코로나 고립'이 감염병만큼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2일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사용된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20대 여성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평소 우울증 등 정신 건강 질환으로 약을 복용했다. 관광 차 제주에 왔다가 확진자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격리생활을 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ㆍ한국심리학회 등이 전국에서 진행한 전화 심리상담 건수는 모두 37만431 차례에 달했다. 경기연구원이 전국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 47.5%가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감ㆍ고립감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데 마땅히 풀 수 있는 공간은 없는 게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격리 기간 '이타적인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의 정신적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격리 후유증을 가장 잘 극복한 사람은 격리 기간 중 '방역에 도움이 되고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등 격리 조치 주체들도 격리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방안 마련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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