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폐쇄' vs '굶어 죽을 판' 이태원 클럽발, 유흥시설 폐쇄 갈등

전국 12개 시도 유흥시설 집합금지명령
"유흥업소 종사자도 시민…존중해달라" 청원글 등장
전문가 "분야별 단계적 접근 필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클럽에서 공무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을 찾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서울, 인천, 대구 등 12개 시도가 도내 유흥주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유흥시설 업주들은 당장 생존권이 위협 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 같은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유흥업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는 고위험시설에 대해서는 규제를 나중에 푸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12개 시도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유흥시설 '집합금지' 시행에 나섰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남 등 총 10개 시도가 유흥시설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부산 △경북도 추가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두 시도까지 합치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시도는 총 12개 시도로 늘어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자체의 이 같은 조치에 일부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생계를 보장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 음식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고 있으므로 시민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시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13일 오전 10시기준 82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유흥시설 종사자들은 집합금지 명령으로 수입이 일체 없어진다. 너무 하지 않느냐"면서 "유흥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일어났지만, 사람들이 훨씬 붐비고 협소 공간에서 접촉하는 장소도 많이 있다. 유흥업소에만 너무 극단적인 행정명령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코로나19 종식도 중요하지만, 유흥시설 종사자들도 대한민국 시민이다. 유흥시설이라는 이유로 세금은 다른 업종보다 몇 배를 더 납부한다"면서 "시민으로서 존중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유흥업소로 인해 코로나19가 재확산됐으므로, 유흥업소에 대한 행정명령은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유흥업소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이용자 및 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이름, 연락처, 출입시간 등) △출입자 전원 손 소독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 노력 등의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유흥업소 특성상 이 같은 수칙을 준수하기는 어렵다.

클럽 입장 시 마스크 착용과 명부작성 등을 권고하지만, 클럽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입장 시 필수로 작성해야 하는 출입자 명부 또한 허위로 기재해도 아무런 처벌 조치가 없다. 이태원 일대 클럽의 방문자들도 명부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에서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유흥업소의 운영을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27)씨는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업소들 때문에 이 사달이 났는데, 운영을 중지해야 하는 건 당연한 조치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유흥업소 종사자만 힘든 게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고 자영업자나 개강이 미뤄진 학생들 등 모두가 힘들어졌다"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될 때 동안만이라도 모든 업소의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중단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몇 번이라도 더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B(25)씨 또한 유흥업소 운영에 반대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학교도 온라인 개강을 하고 있고, 친구와의 소소한 술자리 또한 없어졌다"면서 "최근 신규 확진자도 줄어들고 사태가 진정되려고 할 때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터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하나쯤이야 가도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본 것이다. 유흥업소 운영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스크 등 개인 방역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고위험시설에 대해서는 규제를 나중에 푸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사태는) 위험부담이 높은 곳에 대한 규제를 먼저 푼 게 문제"라며 "(생활방역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단계적 접근을 하는 등의 세심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부터 고위험시설에 대한 규제를 풀면 곤란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해왔다. 세계 다른 나라 중 유흥시설 등 고위험시설에 대한 규제를 처음부터 푼 나라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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