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김연주인턴기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SNS에 외출 사진 한 장 올렸다고 '코로나19 걸려야 정신 차린다'는 말, 너무 심하지 않나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각심을 위해 공개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너무 과도한 참견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는 전염병 확산 우려에 따른 일종의 불안감에서 비롯한 분노로 볼 수 있다며 지속할 경우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야외 활동을 인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만, 봄꽃구경 등 보건당국의 당부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글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전염병이 확산 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비난을 공개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벚꽃놀이 사진을 올린 계정에 찾아가 "지금 상황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라는 태그를 다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냐"며 "공무원, 의료진들이 철야를 지내고 노력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누리꾼은 "오늘만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아달라"며 "코로나19 걸리고 싶으면 혼자 걸리고 남 탓하지 말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해시태그'를 직접 달고 "이따위 태그 달지 말고 집에 있으세요"라며 야외 활동에 나선 이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 의료진, 공무원 고생하는 건 생각 못 하고 자기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들"이라며 "정신이 나갔냐"고 했다.
지난 20일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두고 지인과 갈등을 빚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SNS에 올린 사진으로 비난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작성자는 "인턴 생활을 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찍은 바깥 사진을 올렸는데 이걸 본 한 사람이 저격 글을 올렸다"며 "저격 글에는 '기껏 사이버 강의 열어줬더니 싸돌아다니네', '민폐네', '머리에 든 게 있네 없네', '가족들까지 싹 다 (코로나19) 걸려서 죽어야 정신 차리네' 등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도 집에서 사이버 강의 들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하고 싶다. 어릴 때 폐렴에 걸려봐서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알기 때문에 피하고 싶다"며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을 어쩌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무슨 상관이냐", "비난이 지나치다"라는 날 선 반응으로 맞섰다.
직장인 강모(29)씨는 "평소처럼 음식점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찍을 때 잠깐 마스크를 벗었는데 '마스크 좀 쓰고 다녀라'는 댓글이 달렸다.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은 자기 의사인데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진 한 장으로 지나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냐"며 "일상생활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남 눈치를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요즘은 바깥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다니면서 비난하는 무리가 있는 거 같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자는 목소리까진 공감하지만, 도 넘은 비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함이 분노표출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대방을 신뢰하기 힘들어졌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거라는 불안함이 분노 표출의 요인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형태의 분노는 자칫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각하게는 코로나19로 모두 지친 상황에서 양극화 현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속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19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지인이 제게 문자를 보내신다. '어제 강남역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국민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고 또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금도 2300여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얼굴이 선명한 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얼굴을 떠올려 달라"고 호소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