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칼부림 1년…법·제도 개선 '공회전'

치료·관리 문제 공론화됐지만
코로나·경제 이슈에 밀려 뒷전
관련법 국회 문턱 못 넘어

중증정신질환자 年 3% 증가
사회안전망 없어 시한폭탄 우려

지난해 4월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범 안인득이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방화ㆍ살해범 안인득(43)이 22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진주아파트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이후 그가 앓았다는 '조현병'에 대한 치료ㆍ관리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구체적인 법ㆍ제도 개선은 여전히 공회전에 머물고 있다.

안인득은 지난해 4월17일 경남 진주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된 후 경찰 조사에서 홧김에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살기 싫어서 그랬다"고 덧붙였던 그는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앓았고 5년 여간 정신질환 진료를 받았었다. 안인득의 형 A씨는 사건이 터지기 전 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거부 당한 적이 있다. 현행법상 강제 입원은 보호의무자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안인득의 경우는 보호의무자가 없어 강제입원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제도적 허점이 지적되자, 안인득 사건 이후로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안인득 방지법(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치료 감호나 치료 명령을 받고 보호관찰 대상이 된 사람의 보호관찰이 끝났을 때, 보호관찰소장이 관할 경찰서장과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보호관찰 종료 사실 등을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대 국회 회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다음달 29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20대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된다. 4ㆍ15 총선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 이슈에 밀려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에 대한 치료ㆍ관리 문제에서 손을 놓는다면 이 같은 '묻지마 살인 사건'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경찰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지극히 제한돼 있다"며 "위험군으로 속한 이들에 대해서는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ㆍ정신장애인 의료체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증정신질환자 수는 2008년 약 32만명에서 2017년 약 42만명으로 연평균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가입자는 연평균 0.5% 증가에 그쳤다. 초발환자의 첫 정신의료이용 현황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조현병ㆍ분열형 및 망상장애 초발환자 중 6037명 (22.4%)이 외래이용 없이 바로 입원을 경험했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양극성정동장애 초발환자는 3447명 (1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약 1만명에 해당하는 중증정신질환자가 입원치료를 해야 할 만큼 증상이 악화된 상태에서야 첫 치료를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 국면에는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배제ㆍ소외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며 "가족 외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 등을 확보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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