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 불황, 선거를 앞둔 민심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여당 심판이냐 힘 실어주기냐, 선거 결과가 말해줄테지만 민생현장에서 벌어지는 선거 범죄는 흉흉해진 민심을 투영하는 한 조각일 수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경찰이 적발한 선거 관련 사범은 939명으로 이중 37명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5대 선거범죄 유형별로 보면 ▲거짓말선거(가짜뉴스ㆍ허위사실유포 등) 255명 ▲금품선거(금품, 향응제공) 96명 ▲선거폭력 후보자ㆍ선거관계자 폭행, 포스터 벽보 훼손 등) 59명 ▲공무원 등 선거관여 13명 ▲불법단체동원(선거캠프 이외 사조직 동원)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 정치의 역할 부재에 대한 불만이 벽보 훼손과 같은 선거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일 오후 9시께 부산 사하구 괴정동 한 인도에서 A(40대) 씨가 벽면에 부착된 벽보를 칼로 훼손하다 적발됐다. 그는 "불경기에 기분이 나빠 그랬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전날 오후 5시께 40대 남성 B씨가 북구 구포시장 입구에서 한 후보의 선거운동원을 주먹으로 때려 불구속 입건됐다. B씨는 '선거운동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한 후보의 선거유세를 돕던 당원에게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돌멩이를 던진 일도 생겼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돌을 던진 남성을 추적하고 있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특히 '분노범죄'가 늘 수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핑계거리를 정치와 코로나19에서 찾는 심리"라고 했다.
홧김에 정치탓이라도 처벌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사법당국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엄정 처벌 기조를 보인다. 벽보 훼손 수준의 선거 관련 범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처벌받는다.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관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 2018년 6ㆍ13 지방선거에서 유세차량에 뛰어올라 욕설을 한 8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국적으로 CCTV 설치율이 증가해 폭력선거사범(벽보훼손 포함) 검거율도 비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폭력선거사범은 273명(31.1%ㆍ전체 비중)이었는데, 이는 18대 107명(14.5%)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며 CCTV 보급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