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감염병 협력하자' 제안 다음날…北, 발사체 2발 쐈다

보건의료 협력 통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 먹칠
한미연합훈련도 연기했지만…北, 도발로 응수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3.1절 기념사 후 자리로 돌아와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관련해 남북간 보건 협력을 제안한 다음날인 2일 북한은 원산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장기 소강국면을 맞은 남북관계가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으나 불과 하루만에 물거품이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북한은 오늘 오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2발을 발사했다"면서 "이 발사체는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에 탐지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작년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다.

하루 앞선 1일 문 대통령은 제101주년 3·1절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마자 국경을 전면 봉쇄하는 등 국가비상방역체계에 돌입했다.

북한은 아직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 청정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방역물자 수급 등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맞춰 문 대통령은 방역협력 제안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통일부도 남북 보건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건이 성숙하는 대로 (남북 간)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일 오전까지 북한의 관영매체나 선전매체 등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에는 발사체 2발을 쏘아올리며 남북 간 보건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한미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남북관계를 넘어, 보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북한의 대외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이 이번 도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본격적인 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북한의 전향적인 행태"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하므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전에 북한 내부의 여론을 다잡고, 특히 지난 12월 전원회의에서 공포한 억제력을 시현하여 김정은의 체제 수호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부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