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 4년 내 최저… 관련株 ‘뚝뚝’

따뜻한 겨울·공급증가 영향, 1달러선 위협… 한국가스공사·삼천리 등 하락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4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겨울 평년보다 따뜻한 기온에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기술발전에 따른 공급 증가까지 더해진 탓이다. 관련 종목도 울상을 짓고 있다.

3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는 MMBtu(백만Btuㆍ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 당 1.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3월28일 1.84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10개월 내 최저치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11월 초 mmBtu 당 2.86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1달러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면서 국내 가스업체들의 주가도 맥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부분을 제조·도매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의 전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5% 내린 3만2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3만250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에만 12.9% 내렸고, 같은 기간 소매 판매 기업인 경동도시가스·삼천리 등 천연가스 관련 종목도 각각 9.2%, 5.3% 하락했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모두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단 공급이 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수평시추 및 수압파쇄 공정의 효율성 향상 등으로 전년 대비 9%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2.9%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는 줄고 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가정 난방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기온이 평년 수준을 웃돌면서 수요가 억제됐고, 가격 하락도 가속화 되고 있다. 다만 현재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만큼 가격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당분간 가스업계가 초과공급에 수요감소라는 악재가 더해진 현 상황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천연가스 시장이 LNG 공급능력의 확대, 생산지 다변화 등으로 구매자 우위시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대 초반까지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도 기술발전에 따른 채굴ㆍ생산 과정의 혁신,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자원의 등장으로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천연가스와 관련된 투자는 장기적 관점보다는 트레이딩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권했다.

천연가스 가격의 힘이 빠지면서 당장 발표를 앞둔 관련 업체의 실적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가스 판매량이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7조8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해외사업의 이익이 개선되며 3.8% 증가한 4883억원으로 예상됐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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