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전성시대

[구독경제 上] 글로벌 600兆 시장 열렸다

'구독경제'가 우리 일상을 파고들며 산업 전 분야를 혁신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매월 구독료를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 경제 모델이 콘텐츠, 식품, 패션, 건강, 자동차 등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 아닌, '구독해 사용하는' 형태로 소비생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 크레딧스위스는 올해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를 5300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이 기관에 따르면 구독경제 시장은 2000년 2150억 달러 규모에서 20년 만에 두 배 이상 시장이 커졌다. 2016년 4200억 달러 대비 26%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최근에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은 이 모델이 적용된 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현재 전 세계 기업의 70% 이상이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했거나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2023년에는 75%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구독경제 모델의 확산과 시장 확대가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맞벌이, 저출산, 비혼 등으로 인해 '경제력 있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구독경제의 성장에 불을 지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1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올해 15.9%, 2030년이면 20%를 넘긴 194조원 규모로 증가해 4인 가구 소비지출 총액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발맞춰 소량의 필요한 제품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구독경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코웨이, 바디프랜드 등이 꾸준히 성장했고, 리디 등 스타트업도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닦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독경제의 부상은 제한된 예산으로 다양한 소비를 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소유보다는 사용에 초점에 두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란? = '구독경제'는 정기 구독료를 내면 특정 시점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개념의 경제모델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고 매일 아침 집으로 우유가 배달되는 것이 고전적인 의미의 구독경제다. 구독경제는 월정액을 내고 음악이나 영화를 즐기는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적용돼 기반을 넓히더니 최근에는 식품, 뷰티, 패션, 건강, 자동차 등 우리의 소비 생활과 밀접한 산업 전반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 용어를 처음 쓴 기업용 결제 및 정산 솔루션 기업 '주오라' 창립자 티엔 추오는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고객은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산업 환경"이라고 구독경제를 정의했다. 소비자가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의 소유권을 얻거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선지급하고 그 기간 동안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구독경제라는 얘기다.

구독하는 상품에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도 일반 구매와는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정수기나 비데 등 가전제품을 구독하면 정기적으로 해당 제품의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해준다. 다만 상품의 종류에 따라 소유의 여부는 다르다. 물이나 면도날 등을 구독하면 소유하지만 자동차 등 고가의 제품은 구독 기간이 끝나면 반납한다. 구독경제의 성장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물건을 덜 사고, 서비스를 더 사는 환경으로의 변화가 촉진되고 따라서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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