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 교수 사망 1주기 넘었지만 도넘은 병원 내 폭력·폭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정신과 교수가 진료 중 환자에게 피습돼 사망한 사건 이후, 관련 처벌을 강화한 법까지 제정됐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응급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 난동 등 발생 건수는 2016년 578건에서 2017년 893건, 2018년 1102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577건에 달해 최근 3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2018년 12월 마지막날 발생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망 사고 후,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4월 법제화됐다. 이 법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인 등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숨지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올해부터는 보안 인력 배치와 관련 장비 설치도 의무화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의 폭력은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천안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가족들이 진료 중이던 의사에게 모니터를 던지는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를 말리던 다른 환자와 간호조무사도 폭행당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서울시 노원구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료진이 상해를 입었다. 이 환자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재활치료도 거부한 채 장애진단을 요구하다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패소하자 해당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11월 회원 20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사 10명 가운데 7명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ㆍ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의사 회원은 1455명(71.5%)에 달했다. 폭언ㆍ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37.4%)이 가장 높았고, 진단서나 소견서 등 서류 발급 관련 불만(16%)과 대기시간 불만(11.2%) 등이 뒤를 이었다.

고 임 교수의 대학 친구로 알려진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도 1980~90년대부터 폭력ㆍ 사고 발생이 빈번했다"며 "영국에서 1999년에 의료인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발표한 후 신고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사실 국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사고도 매우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의협 조사결과에 따르면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 환자나 보호자가 시간이 흘러 다시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한 적이 있다고 답한 회원도 61%에 달했다. 3년차 개원의 이모(37)씨는 "폭력행위를 했던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진 안전이 위협받음에 따라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한다. 법으로 의무화 된 비상벨 설치와 보안인력 배치뿐 아니라 액션캠, 액자 모양의 방패, 호신용 스프레이 등 개인 호신도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각 의료기관 예산과 문제의식 여부에 따라 예방책을 갖추려는 적극성에는 차이가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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