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액체'라고 주장한 과학자는 누구?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고양이는 유동학적 관점에서 보면 '액체'가 분영하다고 주장하면서 논문까지 발표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사진=boingboing.net]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고양이의 신체는 유연합니다.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곳에 쉽게 들어가고, 몸보 작을 것 같은 어항이나 박스에 들어가기도 하지요.

이런 고양이의 유연함 때문에 프랑스의 한 과학자는 "고양이는 액체가 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말이냐고요? 실제로 2014년 7월 프랑스 리옹대 물리학연구소의 파르딘 마크 앙투안 박사후연구원은 '고양이의 유동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유동학 학회지에 발표합니다.

'유동학'은 물질의 흐름과 변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기름이나 점토, 단백질 등 화학적으로 복잡한 조성과 구조를 갖고, 역학적으로도 고체와 액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 것을 연구대상으로 합니다.

앙투안 연구원은 "모든 것은 흐르는데 흐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액체의 정의는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박스의 모양에 맞게 몸을 변화시키는 것을 '액체의 흐름'으로 간주합니다.

고체는 부피와 모양이 고정된 상태지만, 액체는 부피가 고정됐지만 모양은 용기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고양이는 액체라는 주장이지요.

유변학에서는 물질의 상태는 고정된 속성값이 아닙니다. 물질의 상태가 변화하는 시간을 고려하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유연하게 용기에 맞출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고양이도 액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앙투안 연구원은 '데보라 숫자(Deborah number)'로 이를 증명하려 합니다. 데보라 숫자는 물질이 흐르는 시간을 관찰 시간으로 나눈 값을 말합니다. 데보라 숫자가 1보다 크면 고체이고, 1보다 작으면 액체입니다. 변화 시간이 빠르면 액체, 변화 시간이 늦으면(숫자가 크면) 고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박스 속에 산소와 고양이와 책을 넣는다고 가정합니다. 같은 시간동안 관찰해보면, 산소는 퍼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데보라 숫자는 1보다 훨씬 적습니다. 반면 책은 모양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데보라 숫자는 무한대로 커집니다. 고양이는 그 중간인 액체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논문을 학회지에 받아주는 프랑스 유동학회도 대단합니다. 고양이가 이처럼 복잡한 성질을 가진 고체와 액체의 중간 단계라는 점에서 충분히 유동학 연구의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지요. 앙투안 연구원은 이 논문으로 2017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앙투안 연구원은 논문 속에 "고양이가 액체라는 것은 분명하다(Cats are liquid is solid)"는 문장을 남깁니다. 'solid'를 '분명하다'로 해석하며 '글장난'을 친 것이지요. 학회지에 이런 논문을 발표하고, 논문에서도 '말(글)장난'을 칠 수 있는 유연한 문화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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