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대책 두달]'국산화한 기업엔 뒷북, 시작하는 기업엔 비현실'

정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두 달
중소기업 현장은 "체감 못해" 아우성
국산화 우수 中企 엠에스쎌텍, 일감없어 평일 공장 텅텅
제이쓰리 "몇억 주고 알아서 국산화? 불가능"

지난 4일 경기 용인 엠에스쎌텍 공장 모습.

[용인=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바람만 잔뜩 넣고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난 8월5일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소부장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째, 중소기업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소부장 우수 기업으로 정부의 '러브콜'을 받은 중소기업들도 이번 대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어려움만 가중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분업적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ㆍ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소부장 중소기업 10개사 중 한 곳이었던 엠에스쎌텍은 최근 일감이 없어 평일에도 공장을 가동 않는 날이 많다. 엠에스쎌텍은 지난 20여년 동안 LCD 검사장치 분야에서 국산화를 선도해온 기업이다. 5년 전에는 업계 최초로 8K LCD 검사용 패턴발생기를 개발해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지난 4일 찾아간 경기 용인시의 엠에스쎌텍 공장은 직원 한 명 없이 휑한 모습이었다. 다른 소부장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거래처가 대기업 한두 곳에 고정돼있다 보니 거래처의 투자 상황에 따라 일감이 불규칙한 탓이다. OLED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디스플레이시장 정체로 성장은 둔화한 지 오래다. 70명이었던 인력도 절반으로 감축했다.

이창희 엠에스쎌텍 대표가 소부장 대책의 아쉬운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소부장 대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창희 엠에스쎌텍 대표는 "(이번 대책은) 국산화를 이미 이룬 중소기업에는 뒤늦은 정책이고, 국산화를 하려는 기업에도 현실적이지 못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정책 대상이 6대 분야 소재, 부품, 장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통제하는 공정 위주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첫 번째 공정에 해당하는데 우리 기업처럼 후(後)공정에서 국산화를 한 기업은 지원받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웨이퍼 국산화에 매진 중인 이경환 제이쓰리 대표도 정부 대책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제이쓰리도 엠에스쎌텍과 대·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국산화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제이쓰리는 국내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독점한 테스트·재생용 웨이퍼를 자체 개발·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가 어려워 거꾸로 일본, 대만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품질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 못지않은 고품질용 기술도 보유했지만 자금난 때문에 개발에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한 대에 수십억 원인 장비로 품질 보증을 해야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는데 정부가 10억원, 20억원을 주고 중소기업더러 알아서 국산화를 하라면 불가능하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협력을 하고,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도록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산화 대회'를 개최하거나 컨소시엄을 만들어주는 등 한시라도 빨리 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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