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인구 100만…타인 몸에 잉크 넣는 의사 조명신

19년차 타투이스트가 말하는 문신 시술 합법화

"일반인 시술 반대 안하지만…의료지식·윤리의식 갖춰야
간호조무사 수준 교육 받으면 합법화하자"

'의사 타투이스트'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문신(文身, 타투ㆍtattoo) 인구 100만명. 문신이 대중화의 바람을 타면서 예술의 한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종사자가 20만명에 달하고 시장 규모도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문신이 대중의 곁으로 한 발 가까이 다가오고 있지만 관련 시술은 여전히 불법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합법적 문신사(타투이스트)는 의사들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의사가 아닌 타투이스타들은 가끔 '비(非)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다. 물론 의료계에선 반대 입장이다.

문신은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잉크를 넣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의료행위로 분류돼 있다. 10명 이내의 타투이스트들이 의사면허를 갖고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한다. 빈센트의원 조명신(55) 원장도 그 중 하나다.

대다수의 타투이스트들의 관점에서는 기득권자인 그, 19년차 타투이스트이자 의사인 그는 타투이스트 합법화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적법한) 타투이스트 수를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사람의 몸을 다루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지식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 명동의 진료실에서 조 원장을 만났다.

-문신 시술을 받으러 오는 손님은 어떤 이들인가.

▲문신을 받으러 오는 특정 계층이라는 게 없다. 아저씨도 오고 가정주부도 오고 의사와 소방관도 시술을 받으러 온다. 남녀노소라고 보면 된다.

-문신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있나.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타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유분방해졌고 타투를 금기시하던 사회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들었다. 그 해는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자아를 분출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식 변화가 문신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타투이스트 합법화 문제는.

▲일반인도 타투이스트가 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예술의 자유, 직업의 자유도 좋지만 타투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몸을 다루는 직업이다. 의료 지식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타인의 몸에 잉크를 넣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우선 의료 지식과 윤리의식을 지닌 간호사에게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단계적으로 간호조무사에게도 자격을 주는 게 옳다. 그런 다음 타투이스트도 간호조무사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해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 먼저 타투이스트 자격을 주자고 하는 이유가 있나.

▲의료법상 의료인인 간호사는 인체에 대한 지식과 윤리의식을 쌓아야만 되는 직업이다. 간호조무사도 국가에서 지정한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할 수 있다. 직접 문신 시술을 해오면서 최소한 간호조무사 정도의 지식과 윤리의식이 있으면 타투이스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교육받고 그만한 윤리의식을 지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한다면 국민도 안심하고 타투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간호조무사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타투이스트를 해서는 안 된다.

인터뷰가 끝난 후 조 원장은 사진 몇장을 가져왔다. 피부이식을 받아 등에 있는 커다란 흉터가 문신으로 변화는 과정이었다. 이 남성은 문신 시술을 받기 위에 제주도에서 명동까지 여러 번 왔다고 한다. 조 원장은 "나에게 시술을 받지 않았다면 이 분도 불법적으로 시술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걱정하지 않고 문신으로 자신의 아픔을 가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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