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전성시대에 '베스트바이'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히든業스토리]매출 30% 급감, 주가 반 토막난 2012년의 베스트베이
휴버트 졸리의 등장으로 저가정책·오프라인의 백화점화 시행…매출·주가 회복
경쟁사 '아마존'의 수장 제프 베조스도 인정한 휴버트의 경영전략

[출처-베스트바이 공식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서킷시티(Circuit City), 라디오쉑(Radio Shack), HH그레그(HH Gregg) 등 한때 미국 전자제품 유통 업계를 주름잡았던 기업들이 자취를 감췄다. '아마존(Amazon)'이라는 거대한 온라인 유통업체에 밀려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이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줄줄이 파산과 영업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그런데 '베스트바이(Best Buy)'는 생존했다. 심지어 꾸준한 매출 증가세까지 보인다.

베스트바이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문 소매업체다. 1966년 '사운드오브뮤직(Sound of Music)'이라는 이름의 오디오 전문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PC, 휴대전화, DVD 등 각종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전자제품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며 멕시코, 캐나다, 중국, 영국 등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전자제품 소매업체로는 정상의 자리에서 40년 이상을 버텼다.

그런데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업체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미국 전자제품 소매업계 2위였던 서킷시티는 2009년 폐업했고, 끝까지 버티던 라디오쉑도 2015년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업계 1위였던 베스트바이도 당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0년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약 496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했던 매출은 350억 달러(약 42조원)대로 3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런데 2014년 다시 400억 달러(약 48조원)대 매출을 회복하더니 지난해에는 428억 달러(약 51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인다. 베스트바이는 어떻게 재기할 수 있었던 걸까.

휴버트 졸리 [출처-베스트바이 공식홈페이지]

망하기 직전의 베스트바이를 살려낸 '휴버트 졸리'

2000년대 후반부터 전자제품 소매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할 때, 월가는 베스트바이의 몰락을 예견했다. 40년 전통, 글로벌 1위 전자제품 유통업체 등의 타이틀도 소용이 없었다. 매출은 물론 분기 순이익은 90% 급감했고, 2012년 주가는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마존 주가가 3% 오를 때, 베스트바이의 주가는 5%씩 떨어졌다.

미국 언론은 "베스트바이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도했고, S&P 등 신용평가사들은 베스트바이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월가에서는 베스트바이에 대한 투자의견 '중립'을 내놨다. 여기에 당시 미국 내에서 '고졸 영업사원 신화'로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던 브라이언 던(Brian Dunn)의 여직원 불륜 스캔들까지 더해져 이미지 타격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베스트바이는 브라이언 던의 빈자리에 지주회사 칼슨 코스의 호텔 부문 CEO였던 휴버트 졸리(Hubert Joly)를 앉혔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비용 절감과 과감한 경영전략을 내놨다.

그는 가장 먼저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부임 직후 첫 달은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 방문해 매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원들은 무엇에 불만이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운영 시스템이었다. 재고관리는 엉망이었고, 임직원 할인 제도도 중단된 상태였다. 휴버트는 곧바로 재고 검색엔진을 개선했고, 사기를 북돋우려고 직원 할인 제도를 부활시켰다.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곳인 만큼 기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첨단 기술에 대한 임직원 교육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구매 성향, 제품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해 가정에 방문해 기기를 추천하는 컨설팅 서비스 '긱 스쿼드(geek squad)'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가격'을 손봤다. 매출과 순이익이 하락세에 있었으나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리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당시 '베스트바이에서 써보고, 아마존에서 주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마존의 가격경쟁력은 우위에 있었고, 베스트바이는 순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아마존과 같은 가격'을 내세우며 '최저가격 보상제'를 실시했다. 전자기기들은 온라인과 가격 차이가 없으면 오프라인에서 구매한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출처-베스트바이 공식홈페이지]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다

베스트바이는 아마존과 동일한 가격정책을 고수하더라도 순이익은 낮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전역에만 100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대료와 관리비 등 '매장 유지비'가 나가기 때문. 서킷시티, 라디오쉑 등이 저가정책을 펼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비용 때문이었다.

그런데 휴버트는 실적이 저조한 매장은 폐쇄하되 오프라인 매장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다. 베스트바이를 15마일(약 24km) 이내로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인은 전체의 70%였다. 이런 점을 이용하기로 한 것.

그래서 판매만을 목적으로 했던 매장 운영방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기존에는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자기기들을 한데 모아놓고 '알아서 보고 판단하라'는 식으로 운영했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개별 브랜드마다 특징을 살린 점포들을 운영하는 것에서 착안해 베스트바이를 백화점처럼 바꾸기 시작했다. 대형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매장 내에 자체 브랜드존을 운영하도록 한 것. 2013년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소니, 2017년에는 인텔과 델, 다이슨 등과 제휴를 통해 '매장 내 매장'을 설치했다.

오프라인 강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13년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둔 데 이어 매년 깜짝실적을 기록하며 2017년부터는 주가도 10년 만에 최대치, 16년 만에 사상 최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전력을 보여주듯 점포당 매출액도 상승세다.

오프라인 매장의 승승장구로 최근에는 경쟁사였던 아마존의 인정까지 받았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베스트바이에 대해 "이들의 경영전략은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칭찬할 정도다. 심지어 제프 베저스는 베스트바이와 손을 잡기도 했다. 지난해 아마존의 '파이어TV(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셋톱박스)' 탑재 스마트TV 모델들을 베이트바이 오프라인 매장과 웹사이트에서 판매키로 하고,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에 11개 스마트TV를 독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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