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골드만삭스 '한국·베트남·대만, 미중 무역전쟁 후 中 공급확대 기지'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중국이 미국 관세부과 제품을 한국과 베트남, 대만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해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대신 제3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 같은 수출 방식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26일 '중국 수출업체들은 어떻게 관세에 적응했나(How Chinese Exporters Have Adjusted to Tariffs)'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중국의 관세대상 상품 교역 흐름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지난해 7~9월 미국으로부터 세 차례 관세 인상 통보를 받은 뒤 한국과 베트남, 대만 등에 해당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관세부과 제품 수출은 올해 초부터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로 확산됐다"며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에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관련 제품 수출을 늘렸고 미국은 이들 국가로부터 관련 제품을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한국에 대한 메모리모듈 수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억달러(약 4716억원) 늘렸다. 같은 기간 베트남에는 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 8억달러(약 9432억원), 대만에는 메모리칩 3억5000만달러(약 4127억원) 등 수출을 확대했다.

보고서는 "올해 1분기에 메모리반도체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중국에서 전년동기대비 4억달러어치의 메모리모듈을 더 수입했는데, 예상치보다 약간 더 많이 수입한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한국은 미국에 같은 제품을 8억달러어치 더 수출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분쟁을 거치면서 한국, 베트남, 대만으로 수출시장을 바꾼 것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무역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단순히 원산지를 위장해 상품 판매 경로를 재조정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국이 수출을 늘릴 새 수요처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결과는 중국이 완제품보다는 더 많은 부품을 수출하는 쪽으로 무역전략을 세웠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현재 중국 수출업체들은 여전히 관세 조정의 초기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가 유지된다면 중국도 지금보다 더 의미있는 공급망 확대 정책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국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의 주장대로 중국이 한국을 통해 미국 등으로 메모리 모듈을 수출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마진을 더 붙여서 판매할 수 있는 만큼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베트남을 통해 수출하는 것을 두고 베트남을 '나쁜 국가'라 지칭한 것처럼, 중국 공급 전략 때문에 한국이 괜히 '나쁜 국가'로 찍히면 오히려 관세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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