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화분에 물 주는 일/문효치

화분에 물을 주다가

땅에 넘쳐흘렀다

지나가던 개미가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에게는

감당 못할 쓰나미

저걸

건져? 말어?

태풍이 올 때마다

여러 사람 떠내려가는데

그때, 신께서

저걸

건져? 말어?

하셨을 것이다

나에게도

여러 번 그러셨을 것이다

화분에 물 주는 일도

결코 예사로운 일 아니다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신이길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권능에 대해 꿈꿨을 것이다. 신의 여러 권능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것은 아무래도 창조하고 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속화시켜 말하자면 생사여탈권 말이다. 그런데 생사여탈권의 핵심은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쪽에 있다. 그런 만큼 생사여탈권은 오로지 참혹하고 실은 저속하기 짝이 없는 반쪽짜리 권력에 지나지 않는다. 신이라면 전에 없던 것을 만들고, 살 수 있도록 보살피고, 죽어 가는 것을 되살려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또한 서로에게 신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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