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농협이 중국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화웨이 퇴출'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콤의 망 업그레이드 사업을 맡은 KT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금융권을 중심으로 화웨이 퇴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화웨이와 추진하기로 했던 1200억원 규모의 영업점 금융망 고도화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앞서 농협은 지난해 11월 KT-화웨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화웨이 장비의 보안 논란이 불거지자 본사업을 계속 미뤄왔다. 시장에서는 농협이 고도화 사업에 필요한 장비를 화웨이 제품으로 교체하는 대신 기존 장비인 알카텔-루슨트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서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망 고도화 사업은 전국 6200여개 농협은행 뿐 아니라 단위농협, 축협을 네트워크로 잇는 전용회선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이 사업은 5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2013년 알카텔-루슨트(현 노키아) 장비를 도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미 교체 시기가 지난 상태다. 농협측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법률 검토 등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화웨이 장비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파트너인 노키아측도 "계약기간은 이미 끝난 상황이고, 농협과 연장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스콤도 최근 망 업그레이드 사업에 노키아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망 업그레이드 사업 파트너인 KT가 화웨이와 노키아 장비로 보안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노키아 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코스콤 측은 "망 사업자는 장비 보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 장비를 낙점한 배경에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가 작용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금융사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에 따라 망 유지ㆍ보수에 필요한 부품 조달 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 금융권에서 화웨이 퇴출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통해 첩보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보안 우려에 따라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 화웨이 68개 계열사 거래제한기업 지정 등의 조치에 나섰다.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는 다른 산업군에도 옮겨 붙고 있다. 화웨이 장비로 내부망을 구성했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유선망 업그레이드 사업을 통해 노키아로 장비를 쓰기로 했다. 지난 13년간 화웨이 장비로 내부망을 구성한 현대차 그룹도 올 하반기 망 고도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