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끝나자 잠잠해진 SRI펀드

기관투자가 주주활동 활발했던
주총시즌 끝나자 설정액 감소
연기금 사회투자책임 확대로
중·장기적으로 펀드 수혜 전망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스튜어드십 코드 주주총회 원년인 2019년 주총시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논쟁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투자기업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확대시켰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투자하는 SRI펀드도 자연스럽게 올해 주총 시즌에 증권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이 확대돼 기관투자가들의 주주활동이 활발했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끝나자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약해졌다. 주요 연기금들의 사회책임투자 확대 정책과 금융위원회의 상장사 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정책 등으로 상장사들이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등 사회책임 부문의 가치를 높이면 중장기적으로 SRI 펀드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공모 SRI 펀드 25개의 설정액은 3527억원이었다. 정기 주총시즌 직전인 지난 1분기 3개월 동안 설정액이 494억원 증가했지만 최근 1개월간 오히려 12억원 감소했다. 수익률도 하락했다. 지난 1분기 수익률은 평균 7.57%였지만 최근 1개월간은 -4.99%였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수익률 -5.09%와 비슷했다.

SRI 펀드는 기업의 재무 지표 외 ESG 등 사회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업체에 집중 투자한다. 'ESG펀드'와 '지배구조 개편펀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이미 비재무적 요소를 잘 실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현대차) 등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고, 후자는 기업가치가 높아 보이지만 배당이 작고 지배구조가 취약해 주식도 오르지 않는 종목 위주로 담는 상품이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SRI 펀드 시장에선 후자와 같은 펀드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주총 시즌엔 수익률이 오르고, 주총이 끝나면 내리는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국내 공모 SRI 펀드 25개 중 7개가 지난해에 출시됐는데 그 중 5개가 주총 시즌인 1분기에 출시됐다.

SRI 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기업가치가 높다는 전제 하에 현재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소송, 의결권 행사, 주주서한 발송 등 행동주의의 도전을 받는 것 자체가 펀드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종목장세가 나타나는 지금 증시 흐름이 SRI 펀드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SRI 펀드 중 국내 중소형 성장주 및 가치주 투자 비중이 큰 상품이 많은 만큼 액티브펀드처럼 투자종목만 잘 고르면 주주행동 여부와 관계없이 수익률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행복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지수가 2100~2200선 수준에서 횡보세를 나타내면 중소형주 비중이 큰 SRI 펀드도 저평가 종목을 잘 담을 경우 수익률 상승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올해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1년부터는 전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을 밝힌 것도 SRI 펀드엔 호재다. 상장사의 ESG 관리 수준이 높아져 주주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