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112억5000만달러…27분기만에 가장 낮아
3월까지 수출입 동반 감소 현상 지속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수입도 함께 감소세를 기록하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라는 분석이다. 배당으로 외국인 해외 송금이 급증하는 4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월 경상수지는 11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2012년 2분기 이후 2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 흑자는 2014년 1분기(170억6000만달러) 이후 20분기 만에 최소였다.
수출은 1375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8.4% 뒷걸음질 쳤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교역량 둔화, 반도체ㆍ석유류 수출 감소, 중국으로 수출 부진 때문에 수출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입도 덩달아 내리막을 탔다. 1분기 수입(1778억9000만달러)은 전년 동기대비 7.6% 줄었다. 수출이 감소하자 민간 투자가 위축되며 기계를 포함한 자본재 수입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다.
3월만 보면 경상수지는 48억2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아슬아슬하게 8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불황형 흑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월에도 수출 못지않게 수입도 급감했다. 3월 수출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은 -9.4%, 수입은 -9.2%를 기록했다. 수출입 증감률 동반 감소 현상은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떨어지는 와중에 수입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었단 얘기다.
◆'불황형 흑자' 문턱에
3월 수출은 479억3000만달러, 수입은 394억7000만달러로 2월 수출입 규모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교역량 둔화와 반도체 단가 하락, 중국으로 수출이 감소했다"며 "수입도 반도체 제도용 장비 등 기계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석탄ㆍ석유제품ㆍ가스 등 원자재 수입이 줄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가 -16.2%(전년 동기 대비)로 가장 감소 폭이 컸으며, 정보통신기기(-11.1%)가 뒤를 이었다. 수입은 석유제품이 -28%, 기계류ㆍ정밀기기가 -27.3%를 나타냈다.
경제학계에서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경기 부진과 투자 위축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에 문턱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수입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은 강력한 경기 둔화 신호"라며 "우리나라처럼 자본재 수입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이 줄어든다는 건 투자와 수출도 그만큼 부진할 것이란 의미"라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이 막을수 있지만 한계 있어
앞으로 수출입 동반 하락을 막을 유일한 지지대는 유가다. 한은에 따르면 원유도입단가는 지난 1~2월(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9.1%를 기록한 이후 3월부터 0.1%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더 상승해 4월엔 3.9%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이 빠르면 4월부터 수출입 규모를 반등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는 있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 석유류 수요가 늘어나며 유가가 오르는 경우라면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산유국 간 지정학적ㆍ정치적 이유로 석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상승은 이란 원유 수출 급감이 원인이었다.
◆4월 경상수지, 소폭 적자냐 흑자냐
4월 경상수지 적자 확률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배당 시즌을 맞아 외국인 투자자들에 주는 배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 본원소득수지가 줄어드는 데다, 4월 수출도 여전히 감소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4월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61억56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작년 4분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데다 작년에 이미 중간 배당과 분기 배당이 이뤄져 4월 배당이 전년 동월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4월 중 일시적으로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