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살인 '부실대응 경찰 탓'vs '법·제도 부재 탓'

7차례 신고에도 보호 못받고
경찰 부실대처에 참사 못 막아
엄중 수사 촉구 靑 청원

강제입원 권한 없는데
경찰 실수 따지면 안돼
경찰관 문책 중단 청원도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 비판이 나온다. 반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권한 등이 없어 '시스템 미비 문제'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진주 계획형 방화ㆍ살인사건에 초기 부실 대처를 한 경찰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라는 글에는 18일 게재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총 14만4761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글 작성자는 "사건 전 피의자 안인득의 폭행ㆍ난동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이 7차례나 신고했지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경찰은 안씨의 정신병력을 알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았더라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은 게시글에 대해서 정부가 답변을 내놓도록 돼 있다.

반면 경찰관 문책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글도 호응을 얻고 있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적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글에는 6만1509명이 동의했다. 게시자는 "진주 사건은 출동한 경찰관 개인의 실수나 태만이 아니라 여러 법ㆍ제도의 부재와 땅에 떨어진 경찰관 권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시자는 2017년 대구에서 조현병 환자 A씨가 경찰관을 폭행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경찰관은 평소 여러 번 소란을 피워왔던 A씨 집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경찰은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경찰이 A씨의 주거에 허가없이 주거에 들어갔다는 등 이유로 지난달 무죄판결이 나왔다.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시키는 방법에는 보호ㆍ행정ㆍ응급입원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이중 경찰이 일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법은 응급입원 하나뿐이다. 타인에 해를 입힐 위험이 큰 사람에 대해 의사 1명과 경찰관 1명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입원 기간이 3일로 제한된다.

보호입원과 행정입원은 가족 등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소견이 있어야 한다. 정신의료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판단해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 실제 안씨의 가족들은 강제입원 절차를 밟아보려 했으나 당사자가 정신과 진단을 거부해 강제입원 제도 모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경찰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지극히 제한돼 있다"며 "위험군으로 속한 이들에 대해서는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 등을 심층 수사할 방침이다.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이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사를 진행중인 경찰은 피의자 안씨가 횡설수설하고 있어 탐문이나 자료 분석 등을 통해 보강수사를 할 방침이다. ?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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