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그네에서 풍요 기원한 전통 예인 이선비 별세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작두그네를 타며 마을의 풍요와 번영의 기원해온 이선비씨가 10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황해도평산소놀음굿(국가무형문화재 제90호) 보유자다. 평산소놀음굿은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를 등장시켜 노는 굿 형식의 연희(演戱)다. 볏짚이나 가마니로 만든 소 모양 탈을 쓰고 춤과 노래를 한다. 풍년과 장사의 번창,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으로, 오락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췄다. 황해도 평산읍 출신인 고(故) 장보배 무녀가 1947년 월남해 강화군 교동면에 뿌리내렸다.

황해도 해주에서 1934년에 태어난 고인은 신어머니인 장씨로부터 평산소놀음굿을 배웠다. 1ㆍ4후퇴 때 남편과 함께 남하해 어렵게 지내다가 스물일곱 살에 입병이 생기면서 만신의 길로 접어들었다. 장씨와 함께 인천 일대에서 평산소놀음굿을 발표하다가 민속경연대회에 출전하면서 본격적인 전수 과정을 밟았다.

고인은 어려서부터 태가 단단해서 이름까지 선비라고 짓게 됐다고 한다. 그런 자태는 굿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특히 담뱃대를 등에 꽂고 긴 도포자락을 휘날리면서 삼현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삼현춤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났다. 그녀가 보여주는 산천굿, 초부정굿, 초감응굿, 칠성굿, 제석굿, 성주굿, 별신굿, 고려장굿 등 열두 거리 유형굿은 놀라운 기의 부림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마흔 살이 되던 해부터 작두그네를 타며 굿을 했는데, 이 역시 고인만의 특기로 인정받았다. 그녀는 1992년에 평산소놀음굿 보유자로 인정됐다. 매년 5월에 인천 수봉공원에서 정기발표회를 여는 등 전승과 보급을 위해 헌신했다.

유족으로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6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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