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될까…의료계만 '절레절레'

치료 증빙서류 전산문서 대체…국회 보험업법 개정 추진보험사, 불필요 작업·비용 줄어 환영…정부도 긍정적대한의사협회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 전가" 총파업 예고강력반발 이면에 비급여 진료비 공개 등 경계 시각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민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전산화해서 환자들이 보다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국민 편의를 명목으로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해 보험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보험업계는 오랜 숙원사업인 청구 전산화로 보험금 지급이 늘고 보험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등 36개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이 개정안에는 민간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는 법적 근거도 담았다. 자동차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전산시스템 도입이 유력하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치료를 받은 의료기관에 요청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으로 제출하기도 하지만 설계사를 통해 대리 청구하거나 팩스, 직접 방문 등 상당수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2440명에 대해 면접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금 청구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청구하지 않은 비율이 입원 환자 4.1%, 외래 환자 14.6%, 약 처방 20.5%로 조사됐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 청구가 간편해져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소액이며, 전산시스템만 갖춰지면 가입자로부터 일일이 서류를 받아야 하는 등 불필요한 작업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하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긍정적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근본적으로 보험금 청구를 포함해 전산화가 필요하다"며 "정책협의체를 구성해서 불편 해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민편의 증진이 아니라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하는 위헌적 입법이자 보험회사 특혜법안이라 반박했다. 또 "대행 청구 강제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 내역과 민감한 질병 정도에 대한 보험회사의 정보축적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진료 정보가 전산화돼 관련 질병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의사 총파업 돌입 등 투쟁도 예고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서류발급 업무가 전산으로 대체되고 청구 시스템 구축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므로 의료기관의 부담은 줄어든다"며 "전산화하더라도 환자가 본인이 진료받은 의료기관과 전송을 원하는 증빙자료를 직접 선택하도록해 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은 심평원을 통해 보험금청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의료계가 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반발하는 이면에는 값비싼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될 수 있고 진료수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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