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北美 동창리 오판했다간 한반도 재앙적 사태'(종합)

<h4 class="">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관훈토론회서 밝혀"사소한 악수(惡手)가 상황을 재앙적으로 만들 수 있어""하노이 노딜, 북·미 쌍방의 귀책 크다""김정은, '섣부른 과신'으로 실수했다""노딜이지만 판 깨진 것 아냐…패닉 빠지지 말아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말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2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기지 재건 등의 움직임에 대해 "사소한 악수가 상황을 재앙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서로 조심하면서 물밑접촉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동창리로 인한) 나비효과는 피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북한의 미사일 기지 재건이 북·미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주고 받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대화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동창리를 비롯한 북한의 도발적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노딜'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김 위원장의 '섣부른 과신'을 지적했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영변 하나만 내어주고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 특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던 때부터 미국은 비핵화의 점진적·병행적 접근을 통한 북핵 타결 메시지를 보내왔고 실무진도 거기에 기초해 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본 회담에 들어가서 '빅딜'을 하자고 나온 것"이라며 "협상의 판을 깬 건 미국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문 특보는 "협상 결렬에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지만 10여분 뒤 "쌍방에 귀책사유가 있다"면서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폐기에 대해 북미 양측의 값어치가 달랐다는 점도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문 특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영변 핵시설이 북한 전체 핵능력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많다"면서 "그러나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영변을 네 차례 방문한 누구보다 북한 핵시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는 영변을 북핵 능력의 70~80%를 차지하는 북한 핵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헤커 박사를 통해 영변 시설을 선제적으로 검증가능하게 영구폐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특보는 남북·미 모두에서 '국내정치적' 요인이 북핵협상의 변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코언 청문회'가 열린 것을 거론했다.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청문회에 세워 트럼프에 대한 폭로를 유도한 것을 말한다. 그는 "국내 정치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 문제의) 예측이 더 어려워진다"면서 "이게 앞으로 걱정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영변 플러스 알파(+α)' 중 '알파'의 의미에 대해서는 "핵신고 리스트라기보다는 핵시설일 것"이라며 "영변만 갖고는 본 게임이 안 된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결과를 두고 "'노딜(No Deal)'이지, 딜이 깨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고통스러운 오디세이 같은 과정의 좌절일 뿐 하노이 회담이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서로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일괄타결 아니면 (타결)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 시각이고, 북한도 나름의 계산으로 영변핵시설 폐기 카드를 들고 나왔는데, 더 현실적 제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너무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화가) 너무 딜레이되면 모멘텀을 잃는다"라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 궤도에서 일탈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특보 초청 관훈토론회 현장

문 특보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해 김 위원장을 만나서 설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소개하며 "(우리 정부가)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경제교류협력와 관련한 유연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오는 9월 유엔(UN) 총회 때 남북·미 3국정상회담 같은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북·미관계의 중재자의 역할보다는 북미대화의 "촉진자(facilitato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북핵 문제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중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했다. 문 특보는 "대화를 재개하고 서울 답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방안은 개성공단과 금강산"이라면서 "그게 있으면 김 위원장도 서울을 답방해서 평양으로 선물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곤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판문점 등에서 비공식 회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서울 답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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